요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정치권에서 화제다. 3일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며 e북(전자책) 목록에 넣어간 책"이라는 내용의 보도 때문에 '오보 소동'을 겪기도 했다. 'e북'은 책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단말기를 통해 읽는 전자 도서를 말한다.
'오보 소동'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휴가 기간에는 여러 종류 책을 다운로드받은 'e북'을 드렸다"며 "어떤 책을 읽을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e북 안에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지은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AGON(아곤) 경쟁이 즐거운 나라' 등의 책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책 목록을 최초 보도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언급한 '이 대통령의 e북'에 담겨졌다는 두 권의 책은 현재 국내에 e북으로 출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이 '불법 복제'를 행했다는 것이 된다.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김영사 측은 "이 책의 'e북'은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고, <AGON(아곤) 경쟁이 즐거운 나라>를 출간한 '지식채널' 출판사의 판매를 담당하는 '인터파크' 관계자도 "현재 'AGON(아곤) 경쟁이 즐거운 나라'는 'e북'으로 출간되지 않았고, 따라서 단말기에 담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논란은 트위터 등 온라인으로 번졌다. 한 트위터는 "혹시 원문이라면 가능합니다. 킨들 북스토어에 11.99달러 짜리 (e북이) 있네요. 한글판은 없어요"라고 써서 "이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원문으로 읽고 있는 것 아니냐", "영어 몰입 휴가인가 보다"는 댓글까지 나왔다.
'오해'가 확산되자 청와대는 3일 공식 해명자료를 냈다. 청와대는 홍보수석실은 "해당 도서는 참모들이 사전에 올린 추천 도서 목록에 들어 있었을 뿐, 대통령께서 실제로 휴가지에 가져가셨는지는 알 수 없다"며 "더욱이 이 책을 e북에 담아 가셨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보도가 '오보'라는 것.
청와대는 이같은 해명에 이어 "이번 휴가 때는 이 대통령의 도서 목록을 굳이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참하신 e북의 콘텐츠 목록도 별도로 공개하지 않음을 알려 드립니다"고 덧붙였다. 결국 '오보 소동'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매일경제>, <서울신문> 등 일간지는 3일자 신문에 이 대통령이 가져갔다던 '책 목록'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고, <한국일보>는 아예 책 제목을 언급한 칼럼을 실었다. 결국 이 대통령이 가져갔는지 안 가져갔는지도 모르는 책을, 마치 이 대통령이 이 책을 읽은 양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비록 논란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정진석 정무수석이 최근 "이 대통령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의 일독을 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MB는 오보 소동…박근혜도 읽었고, 정몽준도 관심 있어
언론이 이 책에 관심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이미 읽었다"고 밝힌데 따른 영향도 컸다. '오보 소동'이 있기 전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라이벌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동시에 관심을 가진 책"이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표와 또다른 '잠재적 라이벌'로 꼽히는 정몽준 전 대표가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를 19일 초청키로 했다. 정 전 대표도 이 책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전날 "오는 20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샌델 교수를 초청, '제2회 아산 메모리얼 렉처(Asan Memorial Lecture)'를 연다"며 "샌델 교수의 강연은 격변하는 정치·경제·사회 환경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과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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