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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충북 청주 폭우 피해복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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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충북 청주 폭우 피해복구 현장을 가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로 '제2의 태안의 기적'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 비가 오듯 땀이 쏟아지지만 마주잡은 손에는 힘이 넘친다.


한 삽 한 삽을 뜰 때마다 숨 막힐 정도의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돕는다는 마음에 얼굴은 환한 미소로 가득찬다.


지난 16일 청주지역에 29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리고 시간당 강수량이 70㎜를 넘는 등 22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후 남은 것은 진흙으로 덮인 논과 밭뿐이었다.


여기저기에서 한숨 소리만 터져 나오지만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 없어 각자 자신의 밭에 덮인 진흙더미를 겉어내기 시작해보지만 막대한 양의 진흙을 치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민은 물론 군경과 타 지역 주민들까지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주고 있다.


기자가 복구 현장을 찾았던 지난 22일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갈산리 64번지 일원의 수해발생 현장은 지난 16일 폭우로 인해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논과 복분자 밭 등 5000여 ㎡가 진흙에 파묻혀 버린 곳이었다.


더욱이 복분자 밭 바로 옆에는 밭주인 가족이 임시 거처로 사용하던 비닐하우스가 있어 자칫 인명피해까지 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많은 빗물이 한꺼번에 들이쳤을 때 집주인 부부는 예배를 드리러 집을 비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청주시자원봉사센터의 각 읍면동자원봉사대장들과 센터 관계자들은 폭우에 쓰러진 나무를 모두 걷어내고 진흙에 파묻힌 부직포를 걷어내는 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복분자 나무 주변에 잡초발생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부직포는 진흙 속에 파묻히면서 오히려 복구에 지장을 줬고 보다 못한 마을주민이 트랙터를 몰고 와서 진흙을 밀어내면 남자 자원봉사자들은 힘을 합쳐 부직포를 끄집어 냈고 여자 자원봉사자들은 이를 마대자루에 담아 밖으로 옮겼다.


물에 젖어 쌓인 진흙은 깊은 곳의 경우 무릎까지 쑥쑥 빠져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으며 복구작업에도 영향을 줬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이러한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쁜 손길을 놀렸다.


남편의 생일을 뒤로 한 채 현장으로 달려온 수곡1동자원봉사대 부회장 윤정임 씨(64)는 “지난 18일부터 오전 8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했다”며 “우리가 고생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수해를 당한 분들의 고통을 보면 얼마나 불쌍하고 안쓰러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을 지켜본 밭주인 이상근 씨(64)는 “복분자 밭 상단의 합수부에서 흘러 내려오던 물이 넘치면서 1200평의 밭 중 400여 평의 복분자 밭이 수해를 입었다”며 “1980년 수해 때 한번 수해를 입었는데 37년 만에 또 다시 수해를 입어 손을 못대고 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도와 주니 힘이 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올해는 농사를 짓지 못하고 내년에 다시 농사를 지을 예정”이라며 “이목리에 사는데 농사를 짓기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했는데 교회에 가있어서 물이 넘치는 상황을 못봤다. 만약 봤다면 저도 같이 매몰됐거나, 욕심에 뭐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쓸려나갔을 지도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씨는 이번 폭우로 낭성면 이목리에 있는 오미자 밭과 아로니아밭, 대추나무, 복분자 등 1만 여 ㎡을 포함해 모두 1만 5000여 ㎡에 피해를 당했다.


최창호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은 “지난 16일 폭우가 온 후에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오고 있다”며 “오늘은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싶지만 평일에는 근무로 인해 참여하지 못한 분과 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 등 45분을 모시고 오늘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피해를 당한 분들이 망연자실하고 있었다가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부유물을 걷어내고 잡초발생을 막기 위해 갈아놓은 부직포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덥기도 하지만 수해를 당한 분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한편 지난 16일 청주시에서 발생한 폭우로 2명이 목숨을 잃고 22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45세대에서 105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15개 대피소에 분산 수용돼 있다.


또한 주택 1648채와 상가 675개소가 전파 또는 반파되는 피해를 입었고 122개소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665곳의 도로가 파손되고 123개소의 하천이 유실됐다,


118권역의 농경지 2454㏊와 차량 1324대도 침수되는 등 총 2만 9326건에 걸쳐 1743억 13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27일까지 전국의 자원봉사자 1만 2980명을 비롯해 공무원 3717명, 군경 1만 7537명 등 모두 3만4234명이 복구작업에 참여해 98%의 응급복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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