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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 산재 인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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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 산재 인정의 의미

역학조사 결과 기각돼..."역학조사 전면 개혁해야"

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에게 발생한 '악성 림프종(임파선 암)'이 최근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직업성 암은 이미 산재 인정을 받았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성 암이 산재 인정을 받은 건 처음이다. 이번 판정에서 짚어볼 수 있는 '추이'가 있다.

1995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에 장비엔지니어로 입사했던 김모 씨는 2005년 10월 ‘악성 림프종(NK/T-세포림프종)’이 생겼다. 이후 10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계속 재발했다. 결국 지난 2015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신청을 냈다. 김 씨는 2년 간 역학조사를 거친 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결과 산재가 인정됐다. 산재 신청을 한 뒤 최종적으로 인정되기까지 2년 4개월이 걸렸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판정문을 통해 "△김 씨가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초창기에는 장비와 각종 유해인자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보호장비 없이 비상상황에 장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과거 노후화된 임플란트 설비는 납차폐가 완전하지 않아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의 가능성이 높았고, △엔지니어 업무 특성상 철야 및 비상근무 등을 통해 유해인자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여러 유해물질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씨의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게다.

눈에 띄는 건, 역학조사 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의 태도다. SK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한 산보연은 김 씨의 질병과 업무가 관련성이 낮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하지만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최종 심의에서 산보연의 조사 결과를 기각하고,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이는 최근 산업재해 판정 과정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경향이다. 앞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삼성 LCD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에 대해서도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삼성 LCD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에 대해선 최초의 산업 재해 인정이었다. 당시에도 산보연은 역학조사를 통해 업무 관련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런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보연의 역학조사는 일회성 측정 결과에 의존한 탓에 신뢰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이는 산보연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산업재해 인정을 거부했던 그간의 태도가 뒤집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은 "산재신청 사건에서 이뤄지는 부당한 역학조사는 전면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한 측정에 바탕한 역학조사 결과가 산업재해 인정을 막는 수단으로 쓰였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반올림은 "반복되는 직업병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이 신속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별심사 없이도 산재가 자동으로 인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재해 피해자가 업무 관련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게끔 돼 있는 현행 산업재해 관련 제도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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