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홍 최고위원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당직 인선과 관련한 '인적 쇄신'과 병역 기피 의혹 등을 제기하며 주장해왔던 '진정한 보수주의의 실현'이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홍 최고위원이 옳은 소리는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전력으로 봤을 때 명분이 약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이 강성 배제하자"고 하지만 결국 "나 비난하면 안돼"?
홍 최고위원은 19일 안 대표가 비서실장으로 들여온 원희목 의원과 안상수 선대본부에서 활약했던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를 두고 "강성 친이는 당직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계 매파'인 안 대표가 당선될 경우 당 쇄신이 물건너 간다는 논리는 초선 쇄신파 김성식 의원 등과 함께 비주류인 홍 최고위원의 주장이었다. 겉보기에 원 의원과, 이 수석에 대한 비난은 이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또 6.2지방선거 패배가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에 대한 민심의 경고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데 비춰보면 홍 최고위원의 말은 합당한 문제제기일 수 있다.
▲ 홍준표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그러나 홍 최고위원이 밝힌 당직 배제 이유는 이들이 안상수 대표를 도우며 자신에 대한 비방전을 펼쳤다는 것이었다. 원 의원은 대한약사회 소속 한나라당 대의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흑색 선전을 펼쳤다는 것이고, 당 중앙위원장을 지냈던 이군현 수석은 중앙위 소속 대의원들에게 "홍준표 의원이 돼면 중앙위를 없애려고 할 것"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표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홍 최고위원의 친이 강경파 배제 및 당쇄신의 명분은 힘을 잃는다. 합당한 논리라도 결국 경선 후유증의 일환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안상수 대표가 사무총장에 친이계 매파 이병석 의원을 내정하려고 한 것을 좌절시키고 중립 성향의 원희룡 의원을 끌어올린 것은, 홍 최고위원 등 '비주류'의 힘이 입증됐다기 보다 '비주류'와 청와대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홍준표 최고위원의 말이 타당한 말일지라도, 지금 상황에서 그의 말은 '정당한 말이다'라고 인정할 수 없고 국민들은 '저거 (대표최고위원에서) 떨어져서 투정부리는 것이고 몽니 부리는 것이다, 아주 성숙하지 못한 어린 애 같은 모습'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쇄신 목소리 '대변자' 자처하지만…진정성 있을까?
홍 최고위원이 선언한 '신보수 운동'은 "'한나라스러움'을 벗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는 당당한 보수가 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홍 최고위원의 평소 주장이기도 하면서, 김성식, 홍정욱 의원 등 한나라당 쇄신파와 맞닿아있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 최고위원의 지도부 입성이 초토화된 쇄신파의 입지를 넓혀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가 쇄신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문제는 여전히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안상수 보다 낫다"는 평을 들어왔지만 홍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시절 '입법 전쟁'을 선포하고 야당과 '외통위 폭력 사건'을 벌였던 장본인이다. 국정 쇄신의 핵심 과제인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홍 최고위원은 "일부 추진 방식을 수정해야 하지만, 사업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청와대 참모나 다른 당 지도부 인사들과 생각을 달리하지 않는다.
상속세 폐지 등 일부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세제 개편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홍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관철시키려 했다.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으로 불리는 현실을 쇄신하겠다"는 그의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홍준표식 '바른말'도 MB에겐 부담될 수 있어
그러나 '명분'은 약할지라도 홍 최고위원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는 당내 분위기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안상수 대표의 일방 독주를 경계하는데 홍 최고위원이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홍 최고위원이 이를 반박하는 '정치 게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회전 소리만 요란하다"는 당 안팎의 관전평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안 대표가 홍 최고위원에 언제까지 밀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홍 최고위원의 문제제기는 보수적인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분란'으로 비칠 수 있다. 정책 결정을 하는 청와대·정부, 집권 여당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금 이대로"를 택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과도 맞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의 레임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쇄신 여부와 별개로 '쓴소리'에 따르기 마련인 정치적 부담은 홍 최고위원이 고스란히 져야 할 몫이다.
안상수-홍준표는 '견원지간'? 안 대표, 홍 최고위원 모두 검사 출신으로 김영삼(YS) 전 대통령 시절 발탁된 인물이지만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안 대표는 항상 '강성' 이미지를 구축해왔고, 홍 대표는 '천방지축'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서로 어울리기 힘든 스타일이다. 단적인 예로 2007년 대선 당시 원내대표를 지냈던 안 대표는 홍준표 최고위원을 당 클린정치위원장에 임명해 'BBK 의혹' 방어를 하도록 했으나 당시 안 대표는 전략 등을 두고 홍 최고위원과 의견 충돌을 심하게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 대표는 홍 최고위원을 '무능한 인사'로 찍었다. 이후 원내대표 바통을 이어받은 홍 최고위원은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당시 종종 "안상수 의원이 나를 험담하고 다녀서 원내대표직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들의 다툼을 '견원지간'을 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두 인사가 전당대회에서 격돌해 서로 비방전을 벌인 것도, 그동안 쌓인 '사감(私感)'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꽤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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