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개헌에 대해 상당히 논의가 많은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6일 안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잘하고 있지 않느냐.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내각제 개편 합의를 파기한 바 있는 김 전 대통령은 "내각 책임제는 실패한 제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가 있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나라의 모든 것을 맡았기 때문에 책임이 중하다"며 "야당을 내가 오래했는데 제도 문제는 신중히 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에, 전날 취임 일성 차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꺼내든 안 대표는 머쓱해졌다.
안 대표는 "개헌에 대해서는 신중히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저희들도 대통령 중심제로 가져가면서 약간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내각 책임제에 대해서는 저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가 "지난 번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졌는데, 앞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나라와 당을 위해서 화합해야 한다"며 "선거는 격전을 치러야 재밌다"고 답했다.
'친이 매파'인 안 대표가 취임 직후 개헌 문제를 꺼내들면서 '분권형 대통령제'에 반대하는 친박계를 자극하고 있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는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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