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계의 '권력암투'가 전당대회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을 자임하는 이른바 '왕당파' 정두언 후보와 선진국민연대 출신 김대식 후보간 장외 '난타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지지 세력(호남)이 겹치는 정 후보와 김 후보는 지난 5일 여의도 당사에서 단 둘이 대화를 나눴다. 김 후보가 전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정 후보는 김 후보의 드롭(drop, 중도 사퇴)을 종용했다.
당시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사퇴하고 지명직 최고위원을 해라. 힘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김 후보는 "형님이 드롭하면 안 됩니까"라고 반문했다.
최근 영포라인-선진국민연대의 각종 월권 행위를 야당에 제보한 배후가 정 의원이라는 설에 대해, 의혹의 핵심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의 측근이기도 한 김 후보는 "박영준도 옛날의 박영준이 아니다"라며 정 후보의 '공세'에 불만을 표했다.
이같은 만남이 있은 이후 정 후보는 10일자 <동아일보>를 통해 "(김 후보는) 대통령이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그게 황당한 부분이다.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는 것 아니냐"며 김 후보를 비난했다.
정 후보는 박영준 차장과 선진국민연대를 겨냥해 "박영준이 SD(이상득 의원)보다 더 세다", "(선진국민연대의 금융기관 인사개입 사례를) 가짓수로 치면 100가지가 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떨어지면 그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비망록으로 정리해 다 밝히겠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결국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친이계 권력암투'가 전당대회 이슈로 번져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인사는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전당대회에서 권력다툼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12명 난립 '마이너' 전당대회…'합종연횡'마저도 지지부진
정 후보와 김 후보의 이같은 대화는 오는 14일 있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합종연횡' 사투를 벌이는, 당내의 지리멸렬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김 후보와 단일화가 무산된 후 정 후보는 남경필 후보와 단일화를 또 추진했지만, 이마저 난관에 부딛혔다. 한나라당 선관위가 "여론조사 단일화를 중단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두 후보는 이를 묵살하고 단일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1+1=2'만큼의 표가 나오리라 예상하는 인사는 거의 없다. 친이주류(정두언)-중립성향(남경필)의 단일화인 만큼, 지지세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병수, 이성헌, 한선교, 이혜훈 후보 등 4명이 난립하고 있는 친박계도 '교통정리'를 서두르고 있다. "이러다 친박계가 모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중진 의원들 중심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사표 방지를 위해 특정 의원 지지를 선언"하는 방법도 고려중이지만, 중진들 사이에서도 지지 후보가 갈리고 있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으로 꼽히는 안상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난타전도 점입가경이다. 최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21.3%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하자 8.8%로 4위에 머문 안 후보 측이 "의도적인 여론조사 조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의 대표 선출 방식은 대의원 투표 70%, 여론조사 30%의 합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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