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은 "안상수 후보가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결국 전당대회는 거물급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강성친이'와 '범친이'의 대결로 좁혀졌다.
그러나 홍 후보의 당락이 당 쇄신의 바로미터는 될 수 없다. 오히려 '쇄신파' 일부는 홍 후보를 불신하고 있다. 다만 '강성 주류'의 색깔이 뚜렷한 안 후보에 비해 '영원한 비주류'인 홍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정치적' 의미는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홍 후보는 9일 부산·울산·경남권 정책비전발표회에서 "변화"를 키워드로 내걸고, "당 대표가 되면 모든 공직자와 당직자를 병역 기피와 탈세 전력이 없는 사람들로 중용하고, 세대 교체가 아닌 세대 통합을 이룩해 대선과 총선 승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강성 주류'와 차별화…'불교 외압' 안상수 적극 공격
홍 후보의 계파 '정체성'은 뚜렷하지 않다. 범친이계로 분류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은 아니며, 번번히 '입각 명단'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도, 이 대통령이나 친이 주류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친박계 한선교 후보가 "홍 후보는 과거 '내가 친이 직계'라고 말을 하고 다녔다"고 힐난한 것도 이같은 맥락 때문이다.
▲ 8일 '강원권 비전발표회'에서 연설하는 홍준표 후보 ⓒ뉴시스 |
안 후보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좌파주지'로 표현하며 조계사에 봉은사 직영 전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 후보는 이와 관련해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발언이 있었다면 사과한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고, 당 내에서는 "불심이 심상치 않다"는 말들이 자주 나왔었다.
그러나 홍 후보를 지지하는 초선의원은 "홍 후보의 안 후보에 대한 원색적 비난 등 서로 비방전을 벌이는 것은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오더' 투표냐 VS '자유 의사' 투표냐가 관건
<폴리뉴스>-한백리서치가 지난 6일~7일 한나라당 대의원 5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안상수 후보 지지율이 17.6%로, 14.5%를 받은 홍준표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왔다. 안 후보의 '우세'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안 후보가 1위'라는 것보다 '홍 후보가 3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 홍 후보 캠프의 반응이다.
실제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많지만, 대의원 표심은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친박계 후보, 친이계 후보, 중립성향 후보 모두가 사석에서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여론조사도 홍 후보의 지지율은 상당히 높다. '이변'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수는 아직 많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이 막판에 뛰어든 것은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두언 후보와 남경필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홍 후보 측은 표 계산에 바쁘다. 홍 후보를 지지하는 한 의원은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일단 우리가 불리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친이계 표가 안상수-정두언으로 나뉜 상황에서 안 후보의 표가 단일화된 후보 쪽으로 일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정 후보는 홍 후보와 지지지역(충청, 호남)이 겹치고 남 후보와 홍 후보는 지지 성향(중도파)에서 겹치기 때문에 둘의 단일화가 홍 후보에 불리하다는 평가다.
이같은 '표 계산'과 별도로,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홍 후보에게 있어 관건은 친이계 표를 끌어오는 것일텐데, 친이계가 표를 줄지 의심스럽다. 또한 홍 후보의 지지층은 변동이 매우 심해 2위 안에 들기 힘들 수도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이는 친이계 핵심 의원이 "막판에 '오더(투표 지시 행위)'는 반드시 내려온다. 다만 그 '오더'가 얼마나 먹힐지 관건"이라고 내다본 것과 일맥상통한다.
'만년 변방'의 홍준표, '대표' 달고 바람 일으킬 수 있을까?
홍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여권 주류는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주류의 지지세를 바닥에 깔고 있는 청와대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범친이계'의 '지리멸렬함'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 표결 당시 뭉쳤던 '범친이계'가 사실 '모래알'이라는 것이 재증명되는 것이고, 친박계에 심각한 결함을 내보이는 것이 된다. 이 때문에 계파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 후보가 "계파 해체 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해당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한데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
국정운영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의 전망이다. 홍 후보가 청와대와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이슈에 국한될 뿐, 국정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일례로 '국정쇄신'의 핵심 과제인 '4대강 사업'을 홍 후보가 적극 지지했던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당의 얼굴을 '비주류'의 대명사 홍 의원이 차지했다는 의미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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