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최대 이슈이자 국정 쇄신의 핵심으로 '영포회 문제'가 떠올랐지만 정작 13명 후보가 '쇄신'을 목놓아 외치고 있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 사건이 초라하게 다뤄지고 있다. 6일 한나라당 대구경북권 비전발표회에서 영포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후보는 두 명 뿐이었다.
중립파 남경필 후보는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 국정조사를 주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초선 쇄신파 김성식 후보는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수사를 촉구해야 떳떳한 한나라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에 그쳤고, 다른 후보들은 대부분 '계파 인증'에 열을 올렸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은 '당 쇄신'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이 문제는 최대한 빨리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서 정리를 해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7.28 선거까지 계속 가고 그렇게 되면 결국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이어 "영포회 문제가 전당대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 같지만 (표 계산에 급급해) 이 문제가 전당대회에서 제대로 다뤄질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명실상부한 '위기 국면'이지만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당대회 출마한 한 의원의 캠프 관계자는 "영포회 사건이 '쇄신파'에 이익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친이계를 움츠려들게 해 '줄서기' 표를 던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여진다"며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 이 사건이 쇄신의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웬만한 후보는 이 이슈를 건드리기 힘들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홍준표 "안상수 안정론? 극소수 친이 강경파의 안정론"
양대 계파 수장이 움직이지 않고있는 만큼 '마이너리그' 전당대회의 '양강 구도'는 홍준표 후보와 안상수 후보가 형성했다. 이번 비전 발표회에서도 두 후보간의 '갈등'은 벌어졌다. '이심'과 '박심'이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후보들은 '계파 갈등'의 연장선에서 공방전을 치르고 있다.
친이계 강성으로 꼽히는 안상수 후보는 네거티브를 자제하면서 '안정론'을 폈지만, "입만 가지고 떠드는 것으로는 미래를 열수 없다"고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홍준표 후보를 견제했다. 안 후보는 현재 조직세가 가장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후보는 여론조사 등에서 지지율이 높은 편이고 '당심'도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홍 후보는 안상수 후보의 탄탄한 지지세에 균열을 내 표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홍 후보는 이 자리에서 "어떤 분이 '안정론'을 이야기하던데, 그것은 극소수도 안되는 친이 강경파들만의 안정이고, 한나라당과 대한민국 안정이 아니다"며 "지금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 아니겠느냐"고 안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그러나 계파 선거'의 모습도 여전했다. 안상수 후보와 정두언 후보는 '계파 화합'을 외치면서도 본인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했다. 친박계인 서병수, 이성헌, 한선교 후보도 박근혜 전 대표와 인연을 강조했고, 이혜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를 겨냥해 "(친박인) 이혜훈을 떨어뜨리려고 출마한 (친이계) '자객'"에 비유하며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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