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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폭력의 도구가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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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폭력의 도구가 되고 있어요"

[함께 사는 길] 꽃 찍는다고 잎 뗀다? 비생태적 사진, 공모전에서 제한해야

"정선 귤암리 자생지에는 묵은 잎 붙은 할미꽃은 높은 곳 빼놓고 아예 하나도 없습니다 ㅠㅠ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띄엄띄엄 있었는데 ㅠㅠ"

"동강할미 뿐만 아닙니다. 어딜가나 모든 야생화들 수난입니다. 노루귀도 뿌리채 뽑아다 위치 좋은 곳에 청노루 흰노루 두개를 합쳐 심어놓고 찍었더군요. 큰일입니다."

"사협(사진협회)에서 저런 사진 무도건 탈락시키면 금방 해결될 텐데 말입니다. 구도고 지랄이고 따지지 말고 비생태적인 사진 탈락. 요것만 해주면."

"자연사진 공모전에서 엄격히 제한하도록 법적으로 장치를 해야"

"저렇게 훼손하며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 등 어디도 올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네이처 헌터(Nature Hunter)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ㅠㅠ"

"스트레스 인내자로 장구한 세월 진화한 동강할미꽃, 갈잎이 그들의 생존을 담보합니다. 관찰가능한 곳에 안내 간판이라도 만들어두면 좋겠습니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입니다."

"꽃 사진 한창 좋아했는데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지 못하는 꽃 사진꾼들 때문에 중단했었습니다. 조류사진도 마찬가지였고요. 카메라가 폭력의 도구가 되고 있어요."

▲ 동강할미꽃. ⓒ남준기

페이스북에 올린 제 글에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이 단 댓글입니다.

올봄에도 동강할미꽃이 버릇없는 손자들에게 치마가 벗겨지는 몹쓸 수난을 당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강원도 정선 귤암리 강변의 절벽에선 묵은 잎을 온전히 달고 있는 동강할미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메마른 석회암 절벽에 매달려 사는 동강할미꽃에겐 지난해 묵은 잎이 무척 소중합니다. 가파른 석회암 절벽에는 물이 고일 공간도 없고 뿌리를 길게 내려 땅 속의 물을 끌어올릴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지난해 생긴 묵은 잎이 빗물을 저장하는 오아시스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동강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생태도 모르고 오로지 꽃만 예쁘게 찍기 위해 누렇게 시든 묵은 잎을 보기 싫다며 제거해버립니다.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묵은 잎이 없으면 동강할미꽃은 메마른 절벽에서 말라죽기 십상입니다.

동강할미꽃 옆에서 공생하는 '동강고랭이'나 '개부처손', '돌단풍' 등도 습기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절대 제거해서는 안 됩니다. 사진을 찍을 때 잎이 보기 싫으면 가까이에서 그냥 꽃만 찍으면 됩니다. 제발 묵은 잎 떼 내지 마세요.

▲ 사진 촬영을 위해 주변 식물을 뽑고 있다. ⓒ남준기

동강할미꽃의 최초 발견자는 김영삼 정권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씨 부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외가 동강을 걷다가 부인이 바위절벽에 있는 이상한 꽃을 발견했답니다. 마침 함께 갔던 김정 사진작가가 이 꽃을 촬영해 한택식물원 이택주 원장, 한국자생식물연구회 초대회장 이영주 선생에게 보여주었고, 이분들이 그 직후 동강의 자생지를 찾아가 기존의 할미꽃는 다른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하죠.

'바위할미꽃'으로 명명할 뻔했으나, 당시 영월댐 건설 반대운동이 벌어지던 때라 '동강할미꽃'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동강할미꽃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데이콤 천리안 '메가람' 사이트였습니다. 현 낙동강생태자원관장으로 근무하는 안영희 박사(당시 중앙대 교수)가 최초로 동강할미꽃에 대해 기사를 썼습니다. 동강할미꽃을 한국분류학회에 최초로 올린 사람은 고(故) 이영로 박사입니다.

▲ 동강할미꽃. ⓒ남준기

식물사진 사진 촬영 시 주의사항

○ 꽃을 꺾지 않습니다. 식물에 위해를 가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 배경 정리를 위해 주변식물들 파헤치지 않습니다

○ 배경 정리를 위해 낙엽이나 시들어 달려 있는 잎을 치우지 않습니다. 추위에 꽃들이 시들게 됩니다

○ 연출을 위해 스프레이로 꽃에 물을 뿌리거나 파설초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주변에 눈을 뿌리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꽃잎이 타버리거나 한기에 손상을 입게 됩니다

○ 촬영을 위해 엎드리거나 앉을 때 낙엽 속에 숨어 있는 새싹이나 식물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촬영대상이 되는 꽃 주변에는 수많은 새싹들이 낙엽 밑에 숨어 있습니다. 일찍 핀 꽃 한송이를 촬영하려다가 군락지를 파헤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 허락되지 않은 장소에 함부로 들어가 촬영하지 않습니다

○ 꽃 사진을 올릴 때 이미 널리 알려진 장소가 아니라면 가급적 자세한 자생지를 밝히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사람이 꽃을 만나러 다니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식물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게시물을 보고 게시자에게 사진 촬영장소를 묻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게시자가 장소를 기재하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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