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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ㆍ정세현ㆍ이정우ㆍ박원순이 본 'MB정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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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재희ㆍ정세현ㆍ이정우ㆍ박원순이 본 'MB정부 2년'

"문제는 일방독주"…"뒤늦은 레이거노믹스로는 어려워"

25일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프레시안>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상임이사에게 지난 2년 동안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전반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흥미롭게도 되돌아 온 대답은 대단히 흡사했다. 출발점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근본적인 진단은 한국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일방주의'로 수렴됐다.

남재희 전 장관은 "민주적인 절차나 그 행태가 역행하는 문제는 정권이 현안에 대한 핸들링을 원숙하게 못했다는 이야기"라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일방성을 띠어서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의회관'을 문제의 원인으로 제시한 정세현 전 장관은 "정주영 회장 밑에서 일을 배운 것은 틀림없는 것 같은데, 정 회장은 대신 크게 판세를 보는 중장기적 안목이 있었다"면서 "이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것만 배워서 이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신자유주의적이며 토건국가적 발상(남재희 전 장관)", "재벌과 건설회사들만 살 찌우는 정책(이정우 교수)"라는 지적이 따라 붙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대통령 주변에 잘못을 지적해 주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권은 그게 불가능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소통과 협력이라는, 현대적 리더십의 기본적인 덕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외교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공부가 부족한 것 같다(정세현 전 장관)"는 일침이 나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지형도에 대한 냉철한 인식 없이 '한미동맹 만능론', '북한 교정론' 등의 냉전적 사고방식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남은 임기 3년에 대한 기대치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적지 않았다. 남재희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이 골수 보수, '다이 하드' 보수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신축성도 있고, 오히려 개혁적인 정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앞으로 남은 3년이 굉장히 시끄러울 것(정세현 전 장관)", "정권이 끝난 뒤 후회한다(이정우 교수)",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박원순 상임이사)"는 등의 비관론도 만만치 않았다.


○…남재희 "레이거노믹스 식으로는 곤란"

큰 줄기는 김대중과 노무현 10년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파가 강하게 뭉쳤다는 겁니다. 커다란 파도를 이뤘다, 이 말이에요. 이명박 씨가 그 파도를 탔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바탕이 튼튼하죠. 바탕이 튼튼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모든 게 잘 풀리는 거에요.

그 사람, 조건이 참 좋아요. 조건이 상당히 좋은 사람 아닌가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여건, 역사에 남을 만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는 말입니다. 이명박 씨의 장점은 집행력인데, 그건 정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점수를 많이 땄지요.

이렇게 좋은 조건에서 출발을 했는데, 문제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토건국가적인 발상에서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우파의 큰 파도를 타고 있으니까 '레이거노믹스'와 비슷한 정책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자감세라든지…, 그런 뒤늦은 발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토건국가'의 발상이 문제겠지요. 현대건설 CEO와 서울시장 시절에도 청계천을 해 봤으니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4대강 사업도 예산을 일거에 투입해서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문제거든요. 그런 예산이 있으면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 등 다른 데 써야지…. 그런 비판을 받을 법 하지요.

또 다른 문제도 역시 우파의 파도를 탔으니까 나오는 겁니다. 바로 노동배제적, 노동억압적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게 상당히 문제가 되지 않겠나 싶어요. 그 동안의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정권에서 도발적으로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나가더라는 것입니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말이지요.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물론 보수 출신 치고는 이 대통령이 좀 신축성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다이 하드' 보수, 골수 보수는 아니니까…. 대선 때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간층이 이 대통령을 지지했단 말이죠. 요즘 대학생 학자금 문제도 발상은 좋다고 봐요. 물론 구체적인 안은 별개의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친서민 정책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앞으로도 그런 것을 더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부분이긴 한데 그 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이룬 민주화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어요. KBS나 MBC 문제를 봐도 그렇고요. 법원판결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가 밝혀졌잖아요? 그런 점은 상당히 우려가 됩니다. 정보기관에 의한 감시문제도 시민단체나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에서까지 거론되고 있어요. 이런 것을 보면 민주적인 절차나 그 행태가 역행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문제는 정권이 현안에 대한 핸들링을 아주 원숙하게 못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일방성을 띠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아직 심각하지는 않지만, 지금부터 경종을 울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 세종시 문제로 함정에 빠졌잖아요? 나는 개인적으로 세종시 수정이 될지, 안될지는 별개 문제이고, 블랙홀이라는 말처럼 수정을 하는 것 자체에만 온통 집중을 하니까 불균형이 생기는 문제도 일단 별도로 보잔 말이에요. 다만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 건 이 대통령이 옳은 게 아닌가 싶어요. 박근혜보다는 MB가 옳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함정에 빠져버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문제일 겁니다.

세종시는 타협만 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요? 박근혜에게 차기 정권을 주지 않으려고 해서 그렇지, 주려고 하면 간단한 게 아닌가 싶어요. 박근혜와 정치적 타협만 하면 될 텐데, 그런데 경선과정에서 너무 싸워서 서로 내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애초에 정권이 정운찬 씨를 '세종시 해결사'로 등용한 것을 몰랐어요. 정운찬 씨가 네오케인지언이니까 '아, 잘됐다'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정권이 정운찬의 정책구상을 채택하면 좋겠다, 그러면 상당히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죠.

정운찬 씨도 착각을 했지. 세종시를 떠맡은 것을 모르고…. 정운찬 씨는 세종시로 망할 것 같아요. 지방선거가 끝나면 총리직이 유지될 것인지도 문제 아닌가요? 결국 소모품 총리가 되는 겁니다. 요즘 보면 박근혜 씨도 복지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고 하던데, 긍정적인 것이고 그렇게 발전을 해야겠죠.

이 대통령도 골수 보수나 이런 건 아니니까 그런 신축성이 있을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오히려 개혁적인 정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죠. 결국은 경제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뒤늦은 레이거노믹스를 갖고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어요?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


○…정세현 "역사인식이 없고, 공부도 부족하다"

외교정책부터 짚어 보면, 역대 정부의 국력이 신장돼 가면서 국격이 높아졌는데 그 국격에 걸맞지 않게 너무 미국중심의 외교를 해서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이 저평가되는 결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아직도 세계 최강, 최고의 부자국가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국, 일본의 대미(對美) 발언권이 높아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처럼 미국에 대들자는 건 아니지만,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하고 국제적 지위가 올라갔으면 미국에 할 말은 하고, 협조할 건 협조해야 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존중받기 위해 해야 할 처신이 있는데 너무 대미 종속성을 드러내고 있어서 국민들의 자존심이 상해 있다는 겁니다. 국가의 위상에 대한 국민들의 자긍심과는 상반되는, 숭미(崇美), 추미(追美), 종미(從美) 쪽으로 외교가 흘러갔다는 것이지요.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전작권 환수를 연기 내지는 백지화하려고 하는 부분을 보면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게 아닌가 싶어요. 미국은 과거에는 이념적인 시각에서 위험국가와 적대국가를 구분했어요. 그런데 냉전 이후에는 이념적으로 적대하는 것보다 문화적·종교적 이유로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 소위 테러리스트 세력들로부터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미국은 그런 맥락에서 해외에 파병한 미군의 '신속기동군화'를 추진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것이고, 또 그러다 보니 전작권은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이 느끼는 안보위협의 성격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데, 아직도 냉전시대의, 이념대립을 위한 한미동맹으로 인식을 하고 있어요. 전작권을 북한 때문에 돌려받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미국에서 볼 때는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겁니다. 다만 군산복합체의 입장에서는 '장사 잘 해준다'는 생각을 했을 테지만요.

한미동맹을 유지한다, 강화·발전시킨다는 게 보수적인 생각과 반북의식이 높은 사람들에게 주는 만족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세계 전략 자체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어서 미국에서도 수준이 좀 떨어진다고 보지 않나 싶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렇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구조 때문이에요. 선거로 뽑히는 지역의 산업과 관련해서 FTA 문제는 우리의 마음대로 안 움직여지게 돼 있어요. 그런 것도 공부를 하면서 한미 간에 조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FTA를 비준하면 미국이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미국의 국내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전반적으로 공부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또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과거처럼은 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그 동안 쌓아 온 남북관계의 성과를 완전히 뒤집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건 지난 10년에 대한 부정만도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1970년대부터 꾸준하게 진행돼 왔던, 박정희 정부 때부터 쌓아 놓은 것을 지난 10년 동안 이룬 것으로만 보고 마음대로 뒤집자는 겁니다. 이건 역사 인식이 없는 거에요.

지난 10년 간의 성과를 훼손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남북관계가 1970년대 이전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해요.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성과만을 뒤집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에서는 '5년 동안 남북관계를 안 해도 역사적으로 잘 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죠? 청와대 비서관까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던데, 과연 3년 후에 좋은 평가를 받을까요?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잘못을 교정한답시고 지난 30년 이상 축적된 남북관계의 성과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겁니다. 당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민족사가 무엇인지, 국제정치가 어느 쪽으로 발전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북한을 피곤한 대상이라고 보고,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하지만, 북한을 배려해 가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국제정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이중 전략이라도 써야 해요. 하지만 그런 지혜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첫째 대통령의 '말'에 무게를 실어야 하는데 그게 아쉬워요. 대통령이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정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했고, 언론을 통해 보도도 됐는데 그 후에 비서들이 따라다니면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말을 뒤집고, 이런 것을 대통령이 가만 둔다는 건 국민들을 참 허탈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금과옥조가 되고 절대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없다는 식의 권위주의로 회귀하자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대통령의 말을 참모들이 뒤집고, 대통령은 또 아무데나 가서 말하고…,

앞으로 국민들이 대통령의 말에 대해 신뢰를 하겠어요? 대통령의 입은 무거워야 하고, 실수로라도 얘기를 쏟아 놨으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조정해서 그야말로 국민들이 볼 때 '언제 그렇게 바뀌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해야지…, 말을 금방 뒤집는 건 민주주의도 아니고 위아래도 없는 겁니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지켜야 하고, 참모들도 대통령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도 바로 뒤집고, 재해석해서 자기 대통령을 우습게 만드는 게 문제입니다.

둘째,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도 기본적으로 의회주의자였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두 번 했으면서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인 대의정치의 가치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아요. 자기 뜻대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이건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의 멘탈리티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거에요.

박정희를 '롤모델'로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시대가 어느 시대입니까. 밀어붙이기만 하는 식으로 경제발전을 보장하고, 그렇게 해서 빵을 주면 국민들도 입을 다물 것이라고 보는 건 70년대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국민들이 정부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국회를 마치 공산국가의 거수기 정도로나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남은 3년 동안이 굉장히 시끄러워지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의 의회관이 문제라는 겁니다. 대통령 중심제를 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도 의회를 얼마나 의식합니까. 필요하면 대통령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원을 만나 설득하고 타협합니다. 그런데 마치 사기업에서 결정된 방침을 밀어붙이는 식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정주영 회장 밑에서 일을 배운 건 틀림이 없는 것 같은데, 정 회장은 대신 크게 판세를 보는 중장기적 안목이 있었어요. 이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것만 배워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민주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마인드 자체가 민주주의적이어야 해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이정우 "MB는 경제위기의 최대 수혜자"

한마디로 거꾸로 간 2년입니다. 감세, 4대강, 세종시 등이 지난 2년 간 이명박 정부가 치중한 3대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모두 잘못된 방향으로 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 간 최대 성과로 경제위기 극복을 꼽고 있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특별히 더 잘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히려 경제위기의 최대 수혜자입니다. 경제적 난국이 외부에서 왔고, 이 때문에 지지율이 높아졌어요. 하지만 이런 것 역시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60%가 넘어요.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경제위기 때문에 오는 일시적 현상입니다. 자만하면 안 되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

철학이 문제입니다. 친서민은 말뿐이고 4대강, 세종시 등 재벌과 건설회사들만 살 찌우는 정책을 하고 있어요. 세종시 문제도 결국 본질은 '서울 패권주의'가 아닌가요? 한 마디로 지역 균형발전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조금이라도 떼어가면 안 된다는 시각이 깔린 게 아닌가 싶어요. 수도권의 과밀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난 정부가 제대로 잘한 것을 뒤집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정책 노선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3년 간 사람에 투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4대강 사업에 돈을 쓸게 아니고 복지, 교육, 보육에 예산을 돌려야 합니다. 요즘 이 대통령이 교육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비리척결과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의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않거나, 심지어 곡해하고 있어요. 결국 교육 콘텐츠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친서민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보금자리 주택, 등록금 상환제, 미소금융같은 것들이지요. 그런데 보금자리 주택 자체는 서민을 위한 게 맞지만, 그린벨트를 푸는 방식으로 추진해서 문제라고 봐요.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미소금융이나 등록금 문제는 이제 시작이고, 첫걸음이니까 규모나 내용적인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겠죠.

결국 이 대통령이 감세정책이나 4대강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친서민이라고 말은 어차피 거짓말, 구두선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사업들을 위해 수십 조, 백조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붓는 상황이 아닌가요? 이 두 가지를 포기하면 이 대통령의 '친서민'이라는 말을 믿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권이 4대강 사업을 고집하는 한 그런 쪽으로 갈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민주주의 역행이라는 측면도 잘 살펴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얼마나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까. 그 많은 사람의 희생을 통해 이룩한 민주주의가 아닌가요. 졸지에 과거로 회귀하고, 국정원이 설치고 있어요. 이런 점을 보고 국민들도 깨달을 것이라고 봐요. 보수정당은 믿을 수 없다는 점을 말입니다. 한국의 보수정당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이 정부가 과연 진지하게 들을 것인지도 의문이에요. 그런데 결국 나중에는 부메랑이 됩니다. 정권이 끝나고 난 뒤, 그때 후회할 겁니다.


▲ 이정우 경북대 교수. ⓒ프레시안

○…박원순 "이 대통령, 우선 들어야 한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이 정권은 소통부재의 권위주의적 행태로 회귀하고 있어요. 아마 지난 2년을 그렇게 특징지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생기는 게 일방독주, 정치나 정책의 파행같은 것들이에요. 그러면서 정책적 실수도 계속되고 있지요. 소통 없이 정책을 하니까 실수를 하게 되고, 실수를 시정할 기회까지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 상항에서 국가 기관을 활용하거나 언론장악을 통해서 또 다시 권위적인 방식으로 소통의 통로나 채널을 막아요. 이건 잘못된 정책을 개선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겁니다.

친서민 정책도 너무 인기에만 연연한, 아주 피상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하게 서민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비영리단체라든지, 시민사회를 통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제2의 건국운동'에 관변단체가 동원되는 등 정부가 주도해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지요? 시민의 호응 여부는 결국 중간에 있는, 조금 어려운 말인데 '소셜 딜리버리'들에게 달려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공무원부터 동원하고 본다는 건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시민들에게 그 진정성과 정책의 효과가 전달되기도 힘들다고 봐요.

정부가 하고 있는 '미소금융'에 대한 지적도 많이 있잖아요. 전문가들은 배제되고, 공무원이 직접, 그것도 생색을 내면서 하고 있어요. 3조 원을 쏟아붓자는 것인데, 기업에서 1조 원을 내라는 게 아니겠어요? 기업이 그런 돈을 낼 때는 거의 준조세 개념으로 인식을 합니다. 지금 반강제로 하다시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기업들은 이미 사회공헌을 위해 투자하던 돈을 거기에 돌립니다. 결국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 사업에 씨가 말라버리는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들의 이런 노력이 사실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것인데 다 사장되고 있어요. 결국 2중, 3중으로 정책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죠.

과거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권위적 행태죠. 정책이나 정부의 행정을 둘러싼 최근의 화두는 '거버넌스'가 아니겠어요? 어떻게 하면 이해관계자들이 상생과 네트워크를 통해 효과를 낼 것인가로 모아져야 하는데, 정부가 다 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협력관계가 그렇게 단절되니까 성과가 날리가 없어요. 물론 지표상으로는 돈을 쏟아붓는다든지, 아까 언급한 미소금융을 통해 몇천 명에게 혜택을 줬다고 발표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되려면 따뜻한 배려와 열정, 이런 것들이 전제돼야 합니다. 정부의 이런 정책추진 방식은 어마어마한 시행착오와 실패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높아요. 대통령이 옛날식 선글라스를 쓰고, 군대 복장같은 걸 입고, 지휘봉 들고 청와대 벙커 안에서 보고 받고 지시하던 시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잘된 정책, 잘한 점이라…. 없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란 말입니다. 현대의 정치적 리더십이 가져야 할 핵심적인 부분은 거버넌스, 협력, 소통입니다. 혼자 다 하겠다는 리더십은 아니거든요. 사령관의 할 일은 전체 부대의 비젼을 제시하고, 전략을 짜고, 교육을 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막상 전쟁이 났을 때 각 조직이 각자 알아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사령관이 아니라 일개 중대장이나 소대장이 할 법한 일을 하고 있어요. 국민을 통합하고, 격려하고, 함께 가자는 신뢰의 리더십이 없다는 거죠.

게다가 이런 잘못을 지적해 주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권은 그게 불가능한 구조인 것 같아요. 대통령 주변에 그런 지적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그런 리더십을 갖고 있는데, 겁이 나서라도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정운찬 총리도 지금 하는 일이라는 게…, 무덤에 갇힌 게 아닌가요? 이미 매장당했다고 봐요.

대통령은 우선 들어야 합니다.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자신의 정책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국정원이 얼마나 발호하고 있나요. 이것 자체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거든요.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국정원이 탄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끝이 났다고 봐야지요. 70년대로 완전히 회귀해 버렸어요. 당장 국정원장부터 사퇴시키고, 반대파의 이야기를 겸허하게 듣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지나고 내년이 되면 이미 집권 중반기를 넘어 가는 건데, 이미 늦었지요. 한 번 돌아앉은 사람이 다시 돌아앉는 게 어디 쉬운가요.

문제는 이런 권위적 통치방식이 엄청난 레임덕으로 되돌아 온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강압적 스타일, 권위적 통치, 정책과 인사의 실패 등 문제점이 한꺼번에 레임덕과 함께 분출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요. 강제와 강압으로 구축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음 정권은 (친이계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 정부의 말을 아무도 안듣는 상황이 되면 정신없이 무너지는 것이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권위와 과거지향적 행태보다는 신뢰와 소통, 협력의 리더십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한나라당도, 언론도 지금은 정권에 협력할지 모르지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난파선과 운명을 함께 할 사람이 있을까요?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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