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도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잘못으로 '사사오입'이 나옵니다. 똑같은 논리로 국회법에도 없는 재투표는 제2의 '사사오입'입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던진 '화법'이다. 민주당은 28일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최근 '무효'논란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100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의원직 사퇴에 이어 대책위원장을 자청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발대식을 마치고 영등포역, 신촌역 거리로 나서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언론 악법 무효 투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 영등포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 ⓒ연합 |
정 대표는 발대식에서 "이명박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갖은 술책을 부리고 급기야 언론악법을 일방 강행처리해 민주주의에 조종을 울렸다"며 "우리는 분연히 일어나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권이 터무니없이 처리한 언론악법을 원천 무효화하겠다는 결심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하고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처리한 언론 악법이 왜 원천무효인지 국민에게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이번 투쟁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집회를 하고 사람들을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시민들을 찾아보고, 말을 전달하는 홍보 방식을 택했다"며 "일정이 선거 유세일정처럼 많이 바뀔 것같다"고 말했다.
대책위 총괄본부장은 이미경 사무총장이 맡기로 했으며 대책위 산하에는 민생본부(이용섭 의원), 범국민서명운동본부(최영희, 백원우 의원), 홍보선전본부(최재성, 최문순 의원), 대외협력본부(정범구 전 의원), 법무본부(김종률 의원)를 두기로 했다.
거리에서 '서민형' 어법 전면 구사?
발대식이 끝난 후 영등포역으로 이동한 정 대표는 '미디어법 철회' 서명 운동 명부에 이름을 직접 적어 넣었고 다른 의원들과 함께 전단지를 돌렸다. 연단에 올라서서는 시민들을 향해 한나라당의 '재투표' 및 '대리투표'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정 대표는 "구의원, 시의원 선거 때도 대리투표라는 부정한 방법에 의해 (당선)됐다면 무효가 아니겠느냐. 따라서 대리투표가 자행된 언론 악법도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투표는 국회법에도 없는 것으로 제2의 사사오입이기 때문에 역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디어법은 시민 여러분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법"이라며 "서명이 진행중이니 원천 무효를 위해 함께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영등포을 지역위원장인 김민석 최고위원도 연단에 서서 "한나라당은 국회를 동물농장 수준으로 만들었다. 생쥐가 회장에 나갔다. 짜고서 투표를 시작했다. 그리고 끝났다. 표가 모자랐다. 그런데 될 때까지 투표를 계속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며 "초등학교 나온 사람들도 표가 모자라면 부결시켜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조중동이 방송을 갖겠다고 하고 한나라당은 너희(조중동)가 방송까지 다 먹어라, 독식하라고 하고 있는 셈"이라며 "아무리 먹고 싶어도 숟가락 들고 밥상 차리고 먹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당직자 외에 100여 명의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정 대표의 연설 등을 지켜봤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정도면 나쁜 출발은 아니다. 옛날에 국회의원들이 거리에 나서면 욕 하고 시비거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의 서명 운동 등에 적극 동참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한 50대 여성은 "이명박 대통령한테 할 말이 많은데 (그럴수록) 민주당이 더 잘 해줘야 한다. 서민, 서민 하는데 부자들만 세금을 내려주고 보수신문 위해서 미디어법도 강행처리하고 있는데 무슨 서민 정부냐"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을 지켜본 한 대학생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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