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사드 '알박기'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불과 며칠 전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서는 단기간 내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었는데, 역시 국방부의 말은 반대로 생각해야 정답이었다.
외국군대의 주류에 대한 국회 비준은 헌법적 요구
우리 헌법 60조 2항은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류(駐留)'란 "군대가 임무 수행을 위해 일정한 장소에 집단적으로 얼마 동안 머무르는 일"을 말한다. 헌법의 이 명문 규정에 따라, 지난 2004년 주한미군 용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할 때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쳤던 것이었다.
지금 배치되고 있는 사드의 운용은 주한 미8군 예하 35 방공포여단이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즉, 주한미군이 책임 주체이고 '현지'에 주류하면서 사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드의 운용은 한국군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고 주한미군이 책임지는 것이며, 또한 사드를 기존의 미군기지 내에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지를 제공받아 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 군대'인 주한미군이 성주라는 새로운 장소에 '주류'하는 이 사드 배치의 문제는 마땅히 국회의 동의와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지금 사드배치를 하면서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
국회 비준은 주권국가의 권리이자 의무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해 미합중국의 육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는 규정을 내세우면서 국회 비준이 불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 법률 규정은 결코 헌법의 규정을 뛰어넘어 적용될 수 없다. 관행을 중시해왔던 국방부가 유독 이번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만 그 관행을 송두리째 부인하고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혹시 만약 이전에도 주한미군의 일방적 요청에 국회 비준의 절차 없이 부지 제공을 한 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모두 위헌에 속한 것이었다).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주둔)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은 주권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이고 동시에 자주적 주권국가로서의 엄숙한 의무다.
사드배치 본격화되면 중국의 경제보복도 본격화된다
진보진영 일부에서조차 중국 경제보복을 패착으로 평하는 경향도 있지만, 이는 우리 측의 경제적 입장만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바로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미국이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었겠는가? 위기 상황에 처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벗어나려는 것은 정상국가로서 정상 범주의 대응일 터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 배치가 진행된다면 이제까지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본격적인' 경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측에서 그러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가 본격화된다면, 위기 역시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사드배치 문제는 슬기롭게 해결돼야 한다. 최소한 헌법 규정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 국회 비준 절차를 통해 사드의 효용성을 비롯해 최순실 로비 의혹문제 그리고 주변국과의 관계, 남북 긴장완화 등의 의제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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