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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세종시 침묵' 열흘째, 왜?

박근혜와 전면전 앞둔 전략적 '일보 후퇴'

세종시 논란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침묵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마지막으로 세종시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 12일 전국 시도지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였다. '역차별 논란'에 대한 시도지사들의 건의와 우려가 쏟아지자 이 대통령은 "그렇게 다퉈서는 미래가 없다. 지나치게 피해의식을 갖지 말고, 자신있게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후부터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세종시 문제는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 책임"이라며 논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와 맞물려 검토되던 이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 충청권 방문도 보류됐다.

다음 주 초 방송될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도 세종시 문제는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부터 인도-스위스 순방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침묵에 영향을 미친 일정이다.

대신 이 대통령은 '역사와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역사적 사건들이 잠시 왜곡됐다가도 우여곡절을 거쳐 국가발전에 기여했던 긍정적인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세종시 문제를 역사로 우회하며 "국무위원들은 국가와 역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정을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다른 국정 현안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는 주문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정책적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역시 세종시 논란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일자리 창출 등 정책적 과제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설 민심을 의식한 이 대통령의 마트방문 등 '현장행보'도 재개했다.

▲ ⓒ청와대

'박근혜 설득' 사실상 포기

당초 대대적인 여론전을 펴는 듯 했던 청와대의 세종시 접근법이 "청와대가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비겁하다"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전 대표의 완강한 반대가 우선 손꼽힌다. 박 전 대표는 수정안이 공식 발표되기 전 이미 "원안이 배제된 수정안에 반대한다", "당론이 돼도 반대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박 전 대표의 강경론은 수정안 발표 이후에도 재차 삼차 이어졌다. 박 전 대표 스스로 퇴로를 끊은 셈이다. 당초 성사 가능성과 그 기대효과가 높지는 않았지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직접 만나 극적 타결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친이계 일각의 생각도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세종시 논란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의 쟁투로 번지는 것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정안 발표와 맞물려 민심 설득과 친박(親朴) 진영에 대한 설득으로 정국을 풀어가려던 청와대의 방침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설득은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행정부 내의 '실세'로 꼽히는 박영준 국무차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는 당에서 판단해야지, 행정부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가 박 전 대표에 대한 설득 문제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공을 당으로 넘긴 것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동안 논란은 박 전 대표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위시한 친이계 의원들, 그리고 또 다른 야당 인사들 사이의 갑론을박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이 사이 정운찬 국무총리는 전국을 돌며 '세종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면전, 우회로는 없다

하지만 청와대의 세종시 관조는 '시간벌기'라는 관측이 다수다. 원안 추진을 약속을 뒤엎고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수정 추진을 공개 거론한 사람이 이 대통령이다. 당장은 당과 총리가 전면에 서 있더라도 결자해지의 역할은 피해갈 수 없는 이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세종시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서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시점은 설 연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설 연휴를 앞두고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유일한 길은 어떻게 해서든 '압도적 찬성여론'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구축된 힘의 우위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수순이다.

특별기자회견 개최 여부도 오는 30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귀국과 맞물려 판가름날 전망이다. 설 연휴 직전으로 예정된 충남도·대전시 업무보고를 통해 이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충청권을 방문하면서 다시 논란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청와대는 설 연휴를 거치면서 확인될 민심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민심이 반전되지 않더라도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서 '퇴각'을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별로 없어 보인다. 수개월째 온 나라를 뒤흔든 세종시 논란의 원인제공자로서 '세종시 수정 포기'라는 백기항복은 국정리더십에 큰 상처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설을 전후해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대표 등이 박근혜 전 대표와 현재 벌이는 세종시 논란은 '오프닝 게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 나온 전당대회를 예정보다 앞당겨 4월에 치르자는 제안은 전략적인 출구 모색이다. 세종시를 판돈으로 걸고 전당대회를 열어 승부를 보자는 '게임의 룰'을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그들만의' 실력 대결로 국가적 대사의 향배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이 불가피한 데다 내부 동력도 부족해 조기 전당대회가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정부도 다음 달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처리 시점의 문제일 뿐, 국회에서의 표 대결이라는 외나무다리를 우회할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이 시작한 세종시 논쟁은 이렇게 지는 쪽이 치명상을 입게 되는 권력 게임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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