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22일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불법 대리 투표 의혹을 적극 제기하면서도 표결 자체는 합법이라는 배치되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미디어법 표결 때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당의 투표 행위를 광범위하게 방해한 의혹이 나타나고 있다"고 민주당의 투표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안 원내대표는 "찬성 투표를 하고 단상으로 갔는데, 그 사이에 야당 의원이 와서 취소, 기권, 부표를 누른 사례 등, 갖가지 사례들이 신고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대리 투표 의혹에 대해) 정밀 분석에 나서고 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한나라당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권영길, 추미애, 강봉균, 서갑원, 박지원, 장세원 의원은 역(逆)대리투표를 했다고 고백했다"고 명백한 불법인 '대리투표' 의혹을 강하게 이어갔다.
장 사무총장은 "민주당도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투표행위가 원천 무효라는 논리를 주장하는 인사도 있다"며 "이런 논리가 통용된다면 어떤 목적을 위해서라면 폭력 허가 먼허장을 발부해도 된다는 궤변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학 전문가인 연세대 법대 김종철 교수는 "네가 잘못했으니 내 잘못은 문제없다는 말은 '불법의 평등'은 인정치 않는다'는 기본적 법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구한 설명조차 필요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든 야든 명백한 불법인 대리투표가 횡행했다면 표결은 무효라는 것이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 회장은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채권자(한나라당) 채무자(민주당) 관계로 보면서 범죄행위를 상계(서로 무효화)하자는 황당무계한 법 논리"라고 일축했다.
김 회장은 또 "여든 야든 대리투표로 인해 투표 절차 전체에 문제가 생긴것이라면 헌법 49조와 국회법 109조가 규정한 '과반 투표, 과반 찬성'이라는 조항 자체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헌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방송법은 부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미디어법 처리가 늦은 만큼 정부는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달라"고 촉구하며 미디어법 처리를 기정사실로 못박았다.
신지호 "내가 대리투표 했다는 동영상 공개하라"
언론노조 등에 의해 '대리 투표자'로 지목된 신지호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과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확보했다는 (대리 투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오늘 중으로 공개하라"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당시 본회의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인 것은 맞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최 위원장 등은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신지호 의원의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