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사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 공동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이 부회장 측 주장대로라면, 삼성은 박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시민 최순실 씨에게 수백억 원대 지원을 한 셈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에게 500만 원을 건넸던 삼성이, 그저 보통 시민에게 막대한 지원을 했다는 주장을 납득시키기란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대기업에 적대적인 일부 언론과 단체들로 사건이 변질됐다"라고 적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야당이 특검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라는 내용도 의견서에 담겼다.
이재용 측 "최순실이 받은 금품, 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볼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31일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 일가에게 수백억 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1, 2차 공판준비기일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변호인이 입장을 전달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최순실 씨가 받은 금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사정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가족도 아니고 수입과 지출을 함께 관리하지도 않았다"라고도 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최순실 씨를 지원했다는 특검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재용 측 의견서 "야당이 특검에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특검의 공소사실을 통째로 부정한 탓에, 이날 법정 분위기는 내내 팽팽했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특검을 사실상 임명했다고 볼 수 있는 야당은 특검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돼 있는데 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쓴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특검 역시 공판이 열리기 전부터 재판부의 유죄 예단을 주기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는 표현도 있다"며 "무슨 근거로 기재한 것인지 밝히라"고도 했다.
그리고 특검 측은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대기업에 적대적인 일부 언론과 재야 단체들 때문에 사건이 변질됐다', '일부 언론이 특검을 인용해 각종 피의사실과 부정확한 정보, 의도적으로 왜곡된 사실을 보도해 왔다'라고도 쓰여 있다며 "일부 언론이 누구고, 그 사례 역시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의견서에 이런 내용이 담긴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본격적인 공판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들며 근거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특검보 후보였던 문강배 변호사가 이재용 측 의견서 작성
해당 의견서는 문강배 변호사가 작성했다. 문 변호사는 지난해 말 특검보 후보로 추천됐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수사할 뻔 했던 법조인이 이 부회장 측 변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앞서 문 변호사는 "특검보 후보로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못 맡는다면 특검 제도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 준비 절차는 이날 모두 마무리 됐다. 오는 4월 7일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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