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총 투표율에서 경남 양산에 밀리긴 했지만, 이날 투표가 시작된 이래 줄곳 '투표율 1위'를 지켰을 정도로 지역의 투표참여 열기도 뜨거웠다.
뚜껑은 열렸고, 결국 이변은 없었다. 이날 선거에서 민주당 정범구 후보는 한나라당 경대수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대한 충청권 전반의 반발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 지난 9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청와대 |
흔들림없는 MB의 '소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수정'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예상이다. 이 대통령은 직접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지난 재보선에서의 연이은 패배 이후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보였던 행보를 봐도 대략적인 유추가 가능하다. 충격의 '5대0 패배'가 현실화됐던 지난 4월 재보선, 쇠고기 파동 끝에 경북 청도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했던 지난 해 6.4 재보선 이후에도 청와대의 국정운영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당 내에서 거센 쇄신론이 제기되자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쇄신론과 관련해) 아직은 미풍도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고, 결국 여권의 인적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적인 국면을 겪은 이후에야 이뤄졌다.
지난해 6.4 재보선의 참패 직후에는 청와대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이 전원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통령의 '쇠고기 재협상 불가론'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와 그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재보선 성적표의 의미를 애써 외면해 왔다는 얘기다.
정치컨설턴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애초부터 한나라당의 전패가 아닌 한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 자체가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방어 모드'는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청와대는 충북 뿐 아니라 이번 재보선 결과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표명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충청권의 민심이반이 곧 세종시 수정방침에 대한 제동으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충북 선거결과는 세종시 문제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분열', 충청권은 '반감'…모두 잡을 묘안 있을까
관건은 재보선 이후의 여진을 청와대와 여당이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로 모아진다.
우선 '원안 플러스 알파'라는 입장을 밝혔던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부터가 난망해 보인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던 여권 내부의 분열상이 급부상하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재보선 성적표를 받아 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불안요인'이 더해지면 당분간 여권 내부의 진통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당초 상대적인 열세로 봤던 경기도 안산 뿐 아니라 내심 당선을 기대했던 수원 장안에서조차 패해 수도권 두 곳을 모두 잃은 점도 청와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세종시 논란을 통한 수도권의 '역결집 효과'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위험 요인은 논란 자체가 여전히 '살아 있는 이슈'로 남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사안의 '휘발력'과 '폭발력'이 대내외에 확인된 만큼 청와대의 '요지부동 모드'가 자칫하면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커졌다는 얘기다.
이로써 이 대통령으로선 여권 내부의 고질적인 분열상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까지 충청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경헌 대표는 "재보선은 끝났지만 세종시 문제는 여전히 정권의 뇌관"이라면서 "자칫하면 이 대통령에 대한 충청권의 직접적인 민심이반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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