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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 만든 전경련, 박근혜가 간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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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 만든 전경련, 박근혜가 간판 내렸다

'한국기업연합회'로 개명...조직 규모 약 40% 감축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름을 바꾸고, 조직 규모를 줄인다. 새 이름은 '한국기업연합회'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설립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금을 주도해서 비난을 받았다.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경련 해체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전경련은 조직 존속을 택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불미스런 일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허 회장은 네 가지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첫째, 사회협력 회계와 사회본부를 폐지한다고 했다. 아울러 회계내역도 정기적으로 공시한다고 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돈을 쓰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둘째, 조직 규모를 대폭 줄인다고 했다.


셋째,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고, 회장단 회의를 없앤다고 했다. 재벌 총수 개인이 아닌 기업이 중심이 된 모임을 지향한다는 게다.


넷째, 경제 산업 분야 싱크탱크가 되겠다고 했다.

전경련 관계자에 따르면, 조직 감축 규모는 약 40% 수준이다. 이는 조직 혁신과 무관하게 예견된 결과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전후해서, 삼성·현대·SK·LG 등 4대 재벌 계열사가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들 기업은 전경련 회비의 77%를 담당한다. 회비 수입이 대폭 줄어들었으므로, 조직 축소가 필연이다.

회장단 회의가 폐지되는 대신, 경영이사회가 신설된다. 경영이사회는 회원사 전문경영인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전경련은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이병철 초대 삼성 회장 등 재벌 총수 13명이 설립한 한국경제인협회를 모태로 삼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쿠데타 세력은 이병철 회장을 '부정축재자 1호'로 규정하고 처벌하려 했다. 쿠데타 당시 일본 체류 중이던 이 회장은 귀국 뒤 박 전 대통령 등 쿠데타 세력과의 교섭을 통해 처벌을 피하고 오히려 협력관계를 만들었다. 한국경제인협회 설립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7년 뒤인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에 이르렀다.

전경련은 설립 당시부터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경련 회장단과의 면담을 갖곤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병철 회장의 만남을 계기로 설립된 전경련이 박 전 대통령의 딸과 이 회장의 손자 사이의 부당거래 논란으로 간판을 바꿔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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