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유해물질을 뿜어낸다고?
내가 일하는 여성환경연대에서는 2015년 아이들의 주요 활동 공간인 학교 환경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어린이 활동 공간의 환경안전관리기준 수치를 초과하는 학교가 조사 대상의 25%였고, 오래된 건물일수록 유해물질이 더 많이 나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최근 페인트와 바닥재 등 건축자재의 유해물질 기준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또 조사한 학습 준비물과 학용품의 60% 이상에서 프탈레이트라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 특히 학습 준비물실과 체육실에서 검출된 양과 빈도가 높았는데 그곳에 보관하는 문구, 미술용품, 체육용품에 유해물질이 많이 포함된 탓이었다. 2016년에 이어진 조사도 동일한 결과를 보여 준다. 한 학교의 농구공에서 기준보다 최대 312배 높게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고, 배구공과 야구 글러브 등에서도 높은 수준의 프탈레이트가 나왔다.
프탈레이트는 인간의 내분비계 작용에 영향을 미쳐 생식 문제, 불임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다. 한국 초등학생의 체내 프탈레이트 수준은 미국과 유럽 초등학생에 비해 1.5~2배 높고, 아토피 어린이는 비아토피 어린이보다 2배 정도 높다. 어린이의 지능지수를 떨어뜨리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유발하는 납도 문제다. 조사한 24개 체육 교구 중 29%인 7개에서 기준치의 2~20배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되었다.
어린이들은 유해물질에 민감한데, 피부 접촉을 통한 흡수율이 신생아는 성인의 3배, 어린이는 2배나 된다. 이런 이유로 2015년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안전기준이 강화됐다. 그러나 어린이제품이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쓰는 제품으로 한정되면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 함께 쓰는 범용 제품은 제외됐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그려진 줄넘기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의 적용을 받지만 다른 줄넘기들은 범용 제품이라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초등학교를 조사해 보니 어린이제품의 질이 떨어져 범용 제품이 쓰이고 있었다. 한편, 환경마 크가 붙은 학용품은 유해물질이 관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선택이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어린이제품뿐 아니라 모든 제품이 안전한 성분으로 만들어지고 환경마크를 받은 친환경 문구 시장이 커져야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듯, 건강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필요하다.
깐깐하게 고르고 꼼꼼하게 관리하자
어김없이 다가온 새 학기, 어떤 학용품을 고르고 어떻게 관리해야 아이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걸 줄일 수 있을까. 아래 내용을 참고해서 우리 건강에도, 지구 건강에도 좋은 삶을 시작하시길! 3월은 다시 시작하는 달이니까.
건강한 학용품 생활을 위한 십계명
① 되도록 플라스틱보다 나무, 종이, 천 등 천연 소재로 된 제품 고르기
②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제품을 사야 한다면 라벨을 확인하고 PVC 재질 대신 EVA, PP, PE 선택하기
③ 누런색의 무표백 종이 제품 고르기(표백제, 형광증백제 위험)
④ 반짝거리거나 말랑말랑한 재질, 화려한 색깔의 제품 피하기(프탈레이트, 중금속 위험)
⑤ 향기가 강한 학용품 피하기(인공 향료는 알레르기 유발 위험)
⑥ 새 학용품을 만진 뒤 손 씻기
⑦ 미술용품의 경우 무독성인지 확인하고 어린이제품 구입하기
⑧ 세탁 가능한 새 물건은 사용 전 빨아 쓰고, 그 외에는 바람 통하는 곳에 며칠 뒀다 쓰기
⑨ 새 물건 대신 주변과 재활용가게를 통해 중고 물품 순환해 쓰기(기증하고 기증받고!)
⑩ 제품 정보 검색하고 구입하기
·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우리동네 위험지도' : 어린이제품 성분 정보, 의료방사선 개인노출선량, 거주지 주변 화학공장 정 보 등 생활 속 화학물질 안전 정보 수록
· 녹색제품정보시스템 greenproduct.go.kr: 환경마크를 획득한 제품 수록
· 제품안전정보센터 safetykorea.kr: 제품 리콜, 인증, 관련 법 령 및 기준 정보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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