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문방위에서 미디어법이 통과돼 법사위에 계류중이라면 법사위 책임이지만 (지금은) 문방위원장, 문방위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미디어법이 문방위는 빠져나와야 직권상정의 명분이 쌓인다는 것이다.
문방위에서는 수정안을 내 처리 명분을 확보하는 전략이 읽힌다.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수정안 논의 경과를 보고하며 "시청점유율에 의한 독일식 제한조치 등 사후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고흥길 문방위원장 ⓒ프레시안 자료사진 |
나 의원이 수정안에 포함시키기로 한 '독일식 사후적 규제'안은 미디어법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가 제안한 것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표는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 제한조치를 둔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방위 소속 이정현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박근혜안'과 함께 신문, 대기업 등이 진출한 방송만 따로 떼서 시장점유율 제한선을 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방 겸영이 허가되는 시점은 2013년이고 그 기간동안 논의해 볼만한 장기적 과제지만 논의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내주 초 문방위에서 미디어법안을 일부 수정해 처리하고 법사위 장벽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뛰어넘는 수순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뻔해 임시국회 막바지인 23~25일이 '미디어법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키를 쥔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진성호 의원은 의총에서 "김형오 의장이 '한나라당 안을 버리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라'고 했는데 국회의장이 법안 내용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고 조전혁 의원도 "합의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 합의를 종용하면서 시간 끄는 것은 옳지 않다. 김 의장은 다음주라도 (직권상정을 통해) 표결처리 수순을 밟아달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에 응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의장은 17일 오후 방송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대화, 타협이 더 이상 안 된다고 한다면 또 다시 고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직권 상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의장은 전날 "31일까지 회기 연장 후 표결처리"를 제안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의원 대부분이 미디어 법의 내용조차 모른채 동원된다"는 불만이 흘러나오는 등 무리한 밀어붙이기의 흔적이 역력하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사후 규제 방안도 '박근혜 안'을 일부 수용하는 듯한 모양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 의원은 "대체 한나라당 수정안이 뭐냐. 있기는 한거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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