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집중됐던 박근혜계에서 단 한 표도 반대표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정국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정치인 박근혜'가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원칙과 소신'에는 흠집이 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본회의장 밖에서 "안타깝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연말, 이달 15일, 이달 19일 등 세 차례 걸쳐 미디어법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법", "합의처리가 필요하다", "본회의 참석하면 나는 반대표" 등 특유의 단문 정치가 맹위를 발휘했다.
한나라당에서 주류진영은 당혹감과 열패감에 휩싸였고 그때마다 영문을 모르는 친박계는 "어쨌든 박근혜 전 대표 말에 동의"라고 힘을 모았다. 야당은 "박근혜도 우리 편이다"며 김칫국을 마셨다.
▲ ⓒ뉴시스 |
측근들의 전언으로만 "그 정도면 많이 노력한 것 아니냐", "완벽하게 만족하진 못한다" 등의 상반된 메시지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러나 본회의장 표결 전광판은 미디어법에 관한 한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화합'을 웅변했다.
박 전 대표도 이를 직접 확인했다.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던 시점 박 전 대표는 국회 주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합의처리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나라당 수정안에 동의를 표했다.
'위력시위'가 용두사미 된 이유
박 전 대표의 '위력시위'가 용두사미로 종결된 데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애초부터 "안상수 원내대표의 (표결 참여) 발언에 격노했을 뿐 미디어법에 결사 반대하거나 당을 쪼개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나타났던 조·중·동의 맹공도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는 후문도 나돈다.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것이 아닌 바에야 조중동과의 대립을 '정도껏 해야 한다'는 주장이 친박계 내에서 힘을 얻기도 했다.
물론 안상수 원내대표 등 주류 진영도 그 속내와 별도로, 협상 시한을 늦추고 법안을 다시 만드는 모양새를 내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나름의 성의를 표시했다. 결국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친박 내부에서 대세를 형성했다.
우왕좌왕 희극으로 점철된 친박 행보
이같이 오락가락 하는 과정에서 친박계는 본질적 약점을 노출했다. 한 측근 의원을 통해서 박 전 대표가 "본회의 가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발언이 공개되자 의원들은 "무슨 소리냐"며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족을 비판하는 친박 내부의 소통구조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외곽에 있는 박사모는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 등과 난타전을 벌이며 "조중동 절독 불사"를 주장하는 등 희극을 연출했다.
친이·친박의 갈등이 한참 높아지는 국면마다 복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MB한테 적극 협조하라는데 우리가 도맷금으로 덤터기 쓸 일 있나"고 차별화를 견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죽도 밥도 아닌 상황에서 협조해봤자 시너지 효과는커녕 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수렴될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박 전 대표 지지율 고공행진의 배경에는 반MB정서가 한 몫하고 있음을 그들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22일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에 대한 최종 입장을 통해 국민여론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근접한 자신의 정치 노선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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