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그림자가 한나라당 광역시도당 위원장 경선에 드리워졌다. 17일 전여옥 의원이 "피가 식어가는 한나라당에 열정을 불어넣겠다"며 서울시당위원장 경선 출사표를 던진 직후, 권영세 의원이 전 의원의 배후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지목하며 출마를 선언해 난타전이 예상된다.
권영세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여옥 의원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강도 높은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경선이 단지 시당위원장의 선출만을 위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우리 당을 완전히 장악하여 사당화하려는 정의롭지 못한 세력으로부터 당을 구하는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은 "상대 후보와 싸움이 아니라 배후에서 국민의 엄중한 요구를 외면한 채 정권이 어떻게 되건 사리사욕을 위해 당내 분열을 획책하는 배신과 공작 그리고 음모 세력과 싸움"이라면서 "18대 공천을 난도질한 것 뿐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 공천도 전횡하려는 세력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배후'와 관련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이름을 말 안해도 기자들이 더 잘 알지 않냐"고 인정했다. 그는 "출마를 저울질하던 홍준표, 정두언, 진영 의원 등은 '당신이 나서면 나는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불과 2, 3일 전에 구도가 바뀌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실시될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은 이재오계의 전여옥 의원과 중립성향의 권영세 의원 사이의 승부로 압축됐다. 이 전 최고위원이 서울의 최대주주인 만큼 경선이 싱겁게 끝날 수도 있지만, 권 의원이 '이재오와의 싸움'을 명시한 이상 反이재오 계열의 결집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는 경선 결과와 별개로 反이재오 진영이 결집하면서 지도부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의 예고편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정치일선 복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가운데 시작된 한나라당 '내분'의 향배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