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8일 실시될 재보선 분위기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수도권 지역 재보궐 선거구가 당초 예상과 달리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남 양산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허범도 전 의원이 직을 상실한 이 지역의 한나라당 후보로는 박희태 대표가 거의 확정적이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의 고사가 완강하다.
그 대신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송인배 전 사회조정비서관이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출마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에선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전 장관도 출마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어 양산 선거는 '이명박 대 노무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대 친노' = '이명박 대 노무현'
민주당 안팎에선 "양산 재보선에 문 전 실장이 나서야 한다", "문 전 실장은 더 큰 선거(부산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하지 않겠다"는 문 전 실장의 의사가 확고한 까닭에 "지속적인 설득작업을 거쳐 지방선거에라도 나서게 만들자"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시선은 17, 18대에 이 지역에 출마했던 송인배 전 사회조정비서관 쪽으로 쏠리고 있다. 송 전 비서관은 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첫 번째 선거인 이번 보궐선거를 내가 피할 수도 없고 제대로 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의 정신과 철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그것을 빈정거리고 하류취급을 하면서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수모를 안겨줬던 사람들, 세력들과 제대로 싸우고 싶다. 기왕이면 박희태 대표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전 비서관은 민주당 간판으로 나설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에 상황이 나아진 측면이 있지만 영남은 어쨌든 우리가 많이 밀리는 게 현실"이라며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고 노무현 정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힘을 최대한 모으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방법, 민주당 지지자들도 포괄하는 무소속 후보로 나서는 방안, 제3지대의 다른 방안 등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49재 이후에 뜻을 모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8월 초까지는 (방안을) 정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17대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송 전 비서관은 불과 1.2%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하지만 18대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는 6.97% 득표에 그쳤다. 간판에 따른 결과 차이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 이에 대해 송 전 비서관은 "'한나라당 대 친박' 대결 구도의 쓰나미에 휘말렸던 18대 총선과 지금 상황은 다르지 않냐"고 말했다.
양산 선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민주당이 아직 송 전 비서관에게 특정한 시그널을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노진영이 송 전 비서관을 대표선수로 내세울 경우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부산 경남권을 중심으로 '反이명박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 친노 결집의 지역적 근거지가 PK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희태 출마설에 김양수도 도전장
한나라당에선 박희태 대표가 "아내를 처음 만나 부부로 맺어진 곳이 바로 양산"이라며 출마결심을 사실상 굳혔으나 후보 난립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양산에서 17대 지역구 의원을 지낸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양산 출마설이 나오는 보도는 사실이다"고 전했다. 그는 6월 임시국회 이후 사의를 표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18대 총선에서 2위로 석패했던 친박무소속연대 출신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출사표를 던질 태세다.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도 "8월 15일까지 (실형으로 수감 중인)서청원 대표가 석방되지 않으면 양산에 공천하겠다"고 공언했다.
범여권이 고질병과 같은 계파 갈등으로 후보를 정리해내지 못하면 '이명박 대 노무현' 대리전 구도에 '야권 통합 vs 여권 분열' 구도가 겹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남권 선거의 특성상 여전히 여권의 우위가 점쳐진다. 송인배 전 비서관도 "지난 17대 때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심지어 출구조사까지 다 이겼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졌다"면서 "저쪽이 갈라지고 우리가 아무리 뭉쳐도 접전을 펼칠 만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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