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
봄날에도 그들은 겨울 옷을 입는다
그들의 피부는 하나같이 그을었다
그들은 웃을 때도 똑같다
얼굴은 웃는데 눈에는 눈물이다
먹는 밥도 똑같아
사철 내내 먼지 섞인 밥이고 물이다
천막에 앉은 그들의 시야는
사람들 무릎아래
온갖 종류의 신발들이 떠들며 스쳐간다
정해진 규격에 맞춰 걸어가는 신발은
절대 그들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알아도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천막은 도시 한가운데 있어도
섬처럼 떠 있다
낡고 작은 신발들이 제각기 다른 배를 타고
섬으로 모여들자
그들이 말한다
산을 옮겨 길을 내겠노라고
2016,9,9 국회의사당 앞 티브로드 노동자 단식농성장
시작노트
달빛도 얼어붙을 겨울밤을 보내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식탁에 앉아 따끈한 찻잔 앞에서 SNS를 뒤적이다가
그녀들의 소식을 보았다.
한달음에 달려 간 그곳은 너무 높았다.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 혜화동 성당 종탑 위에 아무런 난방도구 없이 1월 영하의 날씨에 올랐단다.
뚜껑에 쌓인 얼음을 맨손으로 깨면서 무엇을 기원했을까
노동운동 근처도 안가 본 학습지 교사와 아홉살 아들을 둔 엄마가 고공 농성이라니
한참 엄마 손길이 필요한 아이 생각에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그날 이후로 종탑 아래 그들의 천막에 매주 한번씩 가서 시를 읽고,맨바닥에 앉아 집회하기를 7개월이 넘어서야 그들은 하늘사람에서 벗어났다.
그로부터 삼년이 흐르도록 여러 곳의 집회에서 같은 시를 읽어도 어색하지가 않았다.
명동 한복판, 부당 해고에 맞서 싸우는 티브로드 노동자의 천막은 거북이 등짝처럼 엎드려 있다.
싸우다 싸우다 이제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한없이 곡기를 끊고 있다.
그들이 온 몸으로 말한다.
산을 옮겨 길을 내고야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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