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연일 MBC를 향해 맹공을 가하고, 보수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는 등 '삼각동맹'이 맹위를 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도 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의 작가 개인 이메일 공개에 대해선 "우리가 봐도 너무했다"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이메일 사용에서도 '사이버 망명'이 확대될 조짐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당 표현하는게 죄인가"
한나라당 4선 중진인 남경필 의원은 21일 개인 성명을 통해 검찰의 이메일 공개를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남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또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은 'PD저널리즘'의 폐해와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류 보편의 기본적 가치인 '인권 보장'이 침해 되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남 의원은 "검찰이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것은 국가기관인 검찰에 의해 헌법상 권리인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된 것"이라며 "이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고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보도를 했다면 엄중히 처벌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제작진의 평상시 사적 대화, 정치적 선호, 이념적 성향은 수사의 본질로도, 왜곡보도의 증거로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나에게도 올바르지 못하다고 평가받을 만한 평상시 대화나 행동이 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있고 이를 마음 놓고 표현한다"면서 "그러나 나의 평상시 언행과 선호와 성향이, 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에 의해 검증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이메일을 사용하는 요즘, 이번 사건은 국민 대다수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없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고 했는데 자칫 '잘못 욕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로 되돌아갈까 두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 前대통령 수사 당시에도 피의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검찰의 수사관행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법무부는 이를 계기로 수사 브리핑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했다"고 지적하며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대한민국 검찰에게 엄중하게 주의와 자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우리나라, 지메일 갖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
남 의원의 이같은 우려는 한나라당의 또 다른 의원이 실증한 바 있다. 검찰이 <PD수첩>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하던 지난 18일 정두언 의원은 "나도 (구글이 서비스하는) 지메일을 사용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인 정 의원은 당시 인터넷실명제 논란에 대한 토론회를 주최하며 "나도 개인적으로 인터넷 때문에 사실 굉장히 곤혹을 겪은 적이 있는데, 우리가 인터넷하고 핸드폰만 사실 체크하면 그 사람의 일상생활이 다 나온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사실 굉장히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까 저도 '지메일'을 갖고 있다"면서 "할 수 없이. 지메일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가 이제 우리나라가 돼 버렸는데, 그런 문제 등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집권여당의 실세마저도 "국내 포털 이메일은 위험하다"고 토로한 것. 미국계 회사인 구글이 서비스하는 지메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비스하는 핫메일 등의 경우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이메일 내용 열람을 요청하면 미국 법원의 영장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판이나 블로그 뿐 아니라 이메일에서도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검찰의 수사발표 당일 몇몇 방송과 신문사 기자들은 "포털 메일보다 회사 메일이 (안전성이) 더 낫다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된다"면서 "나도 지메일을 써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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