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전방위적인 '작전'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7일 여야 간사협의가 성과 없이 끝난 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는 건 이미 정해졌던 것으로, 민주당이 대안을 내놓으면 13일까지만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13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문방위에서 강행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 측은 "13일까지 논의를 마치고 (합의가 안되면) 이후에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고흥길 위원장도 "1주일 후에 민주당과의 합의안이 도출 안되면 국회법에 따라 (한나라당안을) 표결처리할 것"이라고 사실상 13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통첩했다.
이에 대해 문방위 민주당 측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대안을 내놓겠다는데도 계속 기한과 회담 회수까지 정해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식민지국에서도 없는 회담"이라고 비난했다. 전 의원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하면 4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언제 어디서라도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숫자만 믿고 있는 오만한 자세"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는 "날짜를 박아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은 위험한 정치를 향해 스스로 나가고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의 생명은 다수결 표결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라고 제동을 걸었다.
제헌절 앞두고 미디어법 '폭탄'?
하지만 한나라당이 문방위에서 강행처리 한 뒤 곧바로 13~16일 사이에 본회의를 열어 미디어법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파다하다. 실제로 이를 위해 한나라당이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한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비정규직법 직권상정을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겠다고 변죽을 올린 대목. 이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이 '여야 협의'를 주문한 것에서 드러나듯, 김 의장이 거부할 것이 확실시되는 비정규직법 직권상정 카드를 한나라당이 뽑아든 실질적인 목표는 미디어법 직권상정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한나라당 소속의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중동 레바논에 파견된 동명부대 파병 기간이 이달 18일 만료되기 때문에 파병연장 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명부대 파병이 위헌상태가 돼 곧바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18일 전까지는 파병연장 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18일이 토요일, 17일이 제헌절인만큼 본회의가 열릴 수 있는 시간은 13~16일 사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다방면에서 미디어법 처리를 위한 환경 조성을 하기 시작하면서 일각에선 유럽 3개국 순방길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인 14일까지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는 게 청와대의 계획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중 미디어법과 관련한 협상안을 만들어 발표키로 하는 등 협상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자유선진당이 비정규직법과 달리 미디어법에 관해선 한나라당 일방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어 여건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또한 여야의 초당적 행사가 치러지는 17일 제헌절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무리수를 감행하기에도 부담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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