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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떠나간 '바보 노무현', 영결식 마치고 서울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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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떠나간 '바보 노무현', 영결식 마치고 서울광장으로

이 대통령 헌화시 거센 항의 "사죄하라!" "살인자!" "노무현 살려내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 영결식이 29일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무사히 거행됐다. 지난 23일 고인이 서거한 지 7일 만이다. 영결식이 열리는 경복궁 경내는 내내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영결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고인이 유서에서 밝혔듯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진행된 검찰 수사의 압박을 못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 만큼 어색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 영결식 전경. ⓒ연합뉴스

목례 나눈 李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행사 내내 눈길 안 줘

이명박 대통령은 운구차량이 행사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10시 57분 김윤옥 여사, 공동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함께 입장했다. 주변 인사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면서도 이 대통령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지정된 좌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 대통령은 고개를 떨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따금씩 시선이 아래로 향하기도 했다.이 대통령은 지정석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곧이어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담은 운구차량이 식장에 입장했고,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 씨 등 유가족들이 뒤를 이었다. 권 여사는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끝까지 주변의 부축 없이 행사장에 무사히 입장해 내빈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사이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승수 총리가 나란히 자리했다. 불과 두 자리 건너였지만 나중에 도착한 권 여사와 기다리고 있던 이 대통령은 가벼운 목례는 나눈 것 외에는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 공동 장의위원장의 조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 대통령과 유족들은 서로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다만 영결식이 모두 끝난 뒤 고인의 유골을 모신 운구차량이 출발하기 직전 이 대통령은 권 여사와 잠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위로의 말을 건넨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노제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떠나는 운구차량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 이명박 대통령 경호원들이 백원우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사죄하라"며 뛰어든 백원우…헌화 하던 MB도 '멈칫'

권 여사 등 유족들에 이어 두번 째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고인에 대한 헌화를 진행하자 좌중에선 고함과 욕설이 뒤엉켰다.

상당 수의 조문객들은 "이명박 물러가라", "살인자", "노무현을 살려 내라", "무릎을 꿇고 빌어라"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순간 이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의 좌석에 앉아 있던 백원우 의원이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는 외침과 함께 이 대통령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백 의원은 곧바로 경호원에게 제지당해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고인의 영정 앞에 선 이 대통령도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었고, 사회를 맡은 송지헌 아나운서의 제지에도 고함소리와 항의가 잦아들지 않자 무거운 표정으로 헌화를 마치고 좌석으로 되돌아갔다.

애초 계획했던 봉하마을 조문이 무산되면서, 이날 헌화는 이 대통령이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가 됐다. 영결식과 노제 등 국민장 전체 행사를 통틀어 이명박 대통령의 유일한 단독 의식이었다.

이어 '새같이 날으리', '미타의 품에 안겨' 등 조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인사와 외교사절들이 차례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에 헌화의식을 진행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으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영결식에 참석한 전직 대통령들. ⓒ연합뉴스

눈물의 영결식…"지켜드리지 못해 죄송" 끝내 울먹인 한명숙

헌화 의식 가운데 나온 고함 등을 제외하면 영결식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한명숙 전 총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낭독하는 순간 장내의 슬픔은 절정에 이르렀다.

정부 측 공동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사가 비교적 평이하게 진행됐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부 조문객은 흐느꼈고 유시민, 백원우 의원, 이해찬 전 총리 등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를 자임했던 인사들도 쉴 새 없이 눈물을 훔쳐냈다. 조사 도중 한명숙 총리가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이자 좌중의 흐느낌도 일순간 커졌다.

영결식은 이어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순의 종교의식과 노 전 대통령의 생전영상 방영의 순서로 진행됐다.

주요 인사들의 헌화 의식에 이어 영결식은 국립합창단의 '상록수' 합창과 해금 연주곡으로 편곡된 '아침이슬' 추모공연, 그리고 육해공 조총대원들이 조총 3발을 발사하는 의식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식이 시작된 지 1시간 25분이 흘러 '바보 노무현'은 영결식장을 떠나 노제가 열릴 예정인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떠났다. 영결식장을 중심으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은 오른쪽,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왼쪽 통로로 동시에 빠져나갔다.

▲ 분향하고 돌아서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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