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일했던 고(故) 김기철 씨. 만 31세인 그는 지난 14일 새벽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 및 LCD 직업병 피해자 가운데 79번째 사망 사례다. 백혈병 사망으로는 32번째 사례다.
김 씨는 지난 2006년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크린팩토메이션에 입사한 뒤, 줄곧 삼성전자 화성공장 15라인에서 일했다. 15라인은 다양한 화학물질을 이용해서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곳이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에 의해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었다.
김 씨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일하기 전까지 건강했으며, 백혈병과 관련한 병력이 전혀 없었다. 가족력 역시 없었다. 하지만 입사 6년만인 지난 2012년 9월 무렵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 역시 진단서에 "질병과 직업의 상당 인과 관계가 있다"고 썼다.
한 달 뒤인 2012년 10월, 김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다시 삼성과 고용노동부였다. 김 씨가 일했던 곳에서 유해 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가 쟁점인데, 삼성과 고용노동부는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자료 제출 공방만 2년 간 이어졌고, 그 사이 김 씨는 세상을 떠났다.
오는 3월 6일이면, 고(故) 황유미 씨의 10주기다. 황 씨 역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졌다. 황 씨의 사망을 계기로, 반올림이 결성됐고 전자 산업 직업병 문제가 공론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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