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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후보, 사회 주택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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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17년 대선 후보, 사회 주택에 주목하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주거 사다리 다시 놓기

2017년 새해가 밝으면서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촛불 민심은 대통령 탄핵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한다. 촉박한 일정이지만, 이번 대선이 시대적 요구를 구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 중 하나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닦는 일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복지 확대를 말한다. 문제는 방안이다. 과연 어떤 복지를 어떤 방식으로 늘려가는 게 바람직할까?

새해를 맞아 내만복 칼럼은 주요 복지 의제별로 실태를 진단하고 핵심 개혁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글은 두번째로 우리나라 주거 실태를 '이중 임대시장'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내만복 대선 복지 의제 바로 가기 : 2017 대선 키워드, '의·교·주·노')

한국에서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은 언제나 선(善)이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공공 임대주택을 안 짓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정치 세력은 없다. 이는 한국의 주택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과 주 거복지 수준이 아직 낮다는 것을 반증한다. 노태우 정부의 영구 임대주택 25만호 공급 계획(실제로 19만호 건설하고 멈춤)부터 본격화된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은 한국의 주택 정책에서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한국의 공공 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 재고량 대비 5.5%를 약간 넘는다. 정부는 5년 공공임대, 10년 공공임대를 포함하여 6%가 훨씬 넘는다고 발표하지만,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5.5%냐, 6% 이상이냐가 아니다.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공공 임대주택

한국은 이중 임대시장 구조를 갖고 있어서, 공공 임대주택에 한번 입주하면 자가 소유시장은 물론, 민간 임대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한다. 공공 임대주택이 순환 역할을 못하고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공공 임대주택의 동맥경화증은 청년 등 새롭게 공공 임대주택의 수혜를 받아야할 사람들의 입주를 상당히 제약하고 있다.

주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다. 상품으로 주택의 특징은 ① 입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고 ② 고가의 소비재이며 ③ 공공재의 성격과 사유재의 성격 및 자본재로의 성격을 지닌다. 상품으로써의 주택에 대해 케메니(Kemeny)는 나라마다 주택 점유 형태, 복지 체계, 임대시장의 특성 등을 분석하여 단일 임대시장(Unitary rental system)과 이중 임대시장(Dualist rental system)으로 나누었다.

케메니에 따르면, 한국은 이중 임대시장을 가진 나라다. 이중 임대시장은 공공 임대주택의 재고량이 적고, 빈곤층의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공급되었으며, 민간 주택시장과 단절되어 있는 시장을 의미한다. 이중 임대시장은 공공 임대주택에 빈곤층들이 입주하여 격리 혹은 배제되며, 각 주택 점유 형태(자가소유-민간임대-공공임대) 간의 장벽이 상당히 높다.

단일 임대시장은 자가 소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공공 임대주택과 민간 임대주택이 통합된 시장(대체적으로 서구 사회에서는 공공 임대주택과 사회적 임대인들이 운영하는 민간 임대주택을 포괄하여 사회주택-Social-Housing-이라 부른다)에서 운영되는 주택시장이다.

우리나라가 주거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단일 임대시장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사회 체제가 변해야 한다. 즉, 복지국가의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주거 기둥, 의료 기둥, 교육 기둥, 사회 보장 기둥)이 확실하고 튼튼하게 서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각 정치 집단 간의 사회적 합의(Coporatism) 수준이 높아야 한다. 독일은 단일 임대시장을 가진 국가이다. 독일은 전체 주택 재고량 대비 공공 임대주택의 비율이 약 5%로 서구유럽 국가들에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독일 국민의, 특히 주거 약자들의 주거 안정이 불안하지는 않다. 공공 임대주택의 재고량은 적지만, 임대료 통제 정책 등으로 공공성이 강한 민간 임대주택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통제 장치를 시스템화했다. 주택 체제론에서 독일을 조합주의국가라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걷어차인 주거사다리

이중 임대시장을 가진 한국에서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재고량)을 늘린다고 해서 주거의 이동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 이중 임대시장의 구조가 더 고착화되어 질 것이다. 이유인 즉, 민간 임대시장에서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가격이 공공 임대주택 거주자로써는 부담가능한 금액이 아니며, 민간 임대주택 중 부담 가능한 주택은 그 거주 환경이 열악해지므로 더 안 좋은 주택으로 이동해야 한다. 한국에서 더 좋은 주거로의 이동은 이렇듯 어렵다.


한국도 과거에는 주거의 이동이 상당히 활발했다. 월세방에서 시작하여 전셋집으로 그리고 자기 집을 마련하는 일이 빈번했다. 어른들은 신혼부부가 월세방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거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지만.

주거의 이동뿐만이 아니었다. 고성장 시대를 겪으면서 '교육 사다리'와 '소득 증가 사다리'가 튼튼하여 한국인들의 계층 이동 자체가 원활했던 시대였다. 상황이 바뀌어 지금은 저성장 시대다. 저성장 시대는 직업, 소득 증가, 주거 등의 이동성이 약화되고 현재의 수준에 멈추는 고착성이 강화되고 있다. 사다리가 걷어차진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한국에서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다시 놓는 것은 가능할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중 임대시장 자체가 주거 이동의 상당한 장애요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공공 임대주택의 임대료 대비 주거 환경은 민간 임대주택시장의 동일한 임대료에 비해 월등히 좋다. 뿐만 아니라, 거주기간도 안정적이다. 더구나 임대료 급등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가 공공 임대주택 입주자들로 하여금 비슷한 임대료의 민간 임대주택으로의 이동을 막는다. 즉, 공공 임대주택의 주거 환경이 비슷한 임대료 수준의 민간 임대주택에 비해 상당히 우수하기 때문에 민간 임대시장으로 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차이로 인해 거주기간이 만료된 공공 임대주택 입주자들은 퇴거 요청을 받을 경우 저항(민원, 집회 등 거주기간 연장 등의 요구)한다.

사회 주택시장이 필요하다

공공 임대주택과 민간 임대주택의 교류(주거의 이동)가 일어나려면 민간 주택시장과 공공 임대시장의 교집합 시장을 형성돼야 한다. 그 교집합 주택시장이 '사회 주택시장'이다.

사회 주택 공급의 배경에는 부담 가능 주택(Affordable housing)의 필요성 증대,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대안 주택(Alternative housing)의 필요성 증대, 공공 임대주택의 슬럼화와 님비현상 극복의 필요성 증대가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기업 주도로 사회 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맹아적인 형태이지만 사회 주택 시장의 형성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주원

사회 주택에 대한 정의와 명칭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사회 주택은 사회적 임대인이 소유하며, 시장 가격 이하로 공급되고, 가격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공급되는 주택으로 정의한다.

더불어 지방정부나 비영리조직이 소유하는 주택으로 사회 주택의 운영, 관리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지정하거나 승인하는 조직이 수행한다. 서울시는 <서울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조례>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으로 정의한다.

사회 주택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바탕으로 필자는 '사회 주택은 주거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와 주거 약자 주거권 보장 및 주거의 공공성 증진을 위한, 공공 또는 사회적 자본의 지원에 의해 사회적 임대인(비영리법인 또는 사회경제조직 등)이 소유 또는 운영하는, 가격이 아니라 필요(needs)에 따라 의해 배분되는 임대주택'으로 정의한다.

사회 주택시장은 공공 임대시장과 민간 임대시장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주택시장이다. 즉, 소유 또는 운영관리의 주체는 민간(=사회적 임대인)이지만 시장의 작동 원리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주택시장이 바로 사회 주택시장이다.

주거 사다리 다시 놓기

한국에서 주거 이동의 사다리가 작동하는 단일 임대시장으로 급격한 전환은 어렵다. 아직 복지국가의 시스템(네 개의 기둥)이 튼튼하지 못하고, 각 정치 집단 간의 사회적 합의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다시 놓기 위해서는 우선, 이중 임대시장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네 개의 기둥들이 다 부실하게 시공된 나라에서 주거 기둥만 튼튼하게 보강 공사를 할 수는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네 개의 기둥을 동시에 리모델링하는 것도 우리의 경제 실력과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볼 때,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인정이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만들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중 임대시장을 인정한다는 것은 시장중심적 사고나 공공개입적 사고 중심으로부터 탈피하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주택 점유 형태와 점유별 시장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이야기랑 맥이 닿아있다.

자가 소유-민간 임대-공공 임대로만 주택 점유 형태를 사고하면서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찾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는 다른 시선을 바라봐야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살펴보면, 동일한 현상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 주택과 사회 주택 시장은 이중 임대시장 구조에서 주거 이동 사다리 구축을 위한 '창의적 개념 설계(Creative concept-design)' 영역이다. 창의적 개념 설계란 문제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량으로, 실행 역량이 필요한 단계보다 더 선행단계에서 요구되는 창조적 역량이다. 사회 주택과 사회 주택 시장은 기존 주택시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창출하는 시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창의성과 혁신이 작동하는 시장 영역이다.

▲ <표> 사회주택 및 사회 주택 공급자 유형 분류(김태섭, 2015. 사회적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연구 재정리).

두꺼비하우징,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녹색친구들 등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임대인인 사회주택 공급조직들은 서울시정부와 협력하여 기존 주택 시장의 개념을 확장하여 사회 주택의 창의적 개념설계를 해내고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 주택, 빈집 활용 공유 주택(서울시 빈집프로젝트), 고시원‧모텔 리모델링형 사회 주택 등 새로운 형태의 사회 주택 정책과 공급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주원


사다리형 이중 임대시장으로 나아가자

서울시와 사회주택 공급조직들의 협업은 이중임대시장을 가진 한국에서 "사다리형 이중 임대시장"으로 패러다임의 이동을 의미한다. 기존의 시장구조를 인정하고 생각을 전환하여 '사다리형 이중 임대시장'으로 개념을 설계하는 것이다.

주거 사다리를 다시 놓는 사다리형 이중 임대시장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정책의 변화도, 사회주택의 공급 역량 및 운영 관리 역량도, 공급 확대를 위한 PF(프로젝트 파이낸스) 역량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사다리형 이중 임대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① 법률 정비 및 제도 개선으로 공공의 지원이 확충되는 정책 환경의 혁신 ② 도시 주택 기금 및 국민연금 활용 등 사회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 환경의 혁신 ③ 영국의 HCA(homes and communities agency) 같은 지원 조직 및 지원체계의 혁신 등이 요구된다.

물론 '사다리형 이중 임대시장'으로의 전환은 사회 주택 공급과 사회 주택 시장의 확대만으로는 어렵다.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으로 법적으로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법률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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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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