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다투는 모습 있지만…"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고 있는 정치권의 후폭풍을 비롯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논란, 4.29 재보선을 둘러싼 한나라·민주 각 당의 내홍 등을 전형적인 '여의도 정치'로 규정하면서 의식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과 관련해 청와대가 "검찰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원론적 반응만을 보이고 있는 대목도 이같은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읽힌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나도 안 하는데, 대통령이 뭐 하실 말씀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밝혔다.
"나도 노점상 출신…넘어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야"
대신 이 대통령은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무엇보다 '서민'과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 때는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의 사소한 불편을 해결해 주는 것이 법률을 바꾸는 일보다 더 큰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가 조금 더 힘들여 일하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힘든 상황을 이겨 내려는 노점상에게도 돈을 대출해서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리어카 한 대 사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말 악착스럽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대출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신용보증재단 영등포지점을 방문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연 뒤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격려사를 남겼다. 이날 이 대통령은 "넘어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
이 대통령은 "어쩌면 여러분 자신보다도 더 이해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선배로서 애기하면 무엇보다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넘어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거듭 격려했다.
실제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보증기관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에게 보증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시행한다.
소상공인 담보부대출 보증제도도 확대 시행되며, 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생계비 보증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저신용 사업자 및 무점포상인을 위한 특례보증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적극적인 '서민 마케팅'…"얘가 막내인가, 한 번 안아보자"
이날 이 대통령은 보증상담 현장을 방문해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남모 씨 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해 연말 서울 가락시장에서 만난 '박부자 할머니'를 틈날 때마다 언급하며 적극적인 '서민 마케팅'을 폈었다.
▲ ⓒ청와대 |
남 씨 부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2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어 언론을 통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이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대주택이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지원받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람들 내가 알지, 서울시장 때 만났던 분들"이라면서 세살 된 막내아들을 향해 "얘가 막내인가, 내가 한 번 안아줘야 겠다"라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음식점을 하느냐", "경제가 어려운데 손님이 줄지는 않았느냐", "시간 날 때 가게에 한 번 들르겠다", "열심히 해서 애들을 잘 키워 달라"고 당부하는 모습이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장기가 다시 한 번 발휘됐다"면서 "대통령이 오늘 강조한 희망의 메시지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국면에 더 의미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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