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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남탓'…성과는 '뻥튀기'…반성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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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남탓'…성과는 '뻥튀기'…반성은 '외면'

靑, 민망한 '자화자찬' 1년 평가…"MB, 지구 세바퀴 거리 돌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념일을 앞둔 20일 청와대가 지난 1년 간의 국정운영을 자평한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해 5월부터 석달 이상 전개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는 "광우병 논란"으로 명명돼 간단한 소동 쯤으로 치부됐고, 현재 진행형인 경제 위기에 대해선 "온 세계가 모두 어렵다"고 피해가며 정부 대처에 후한 점수를 줬다.

'강부자-고소영'으로 대표되는 인사논란,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민주주의의 위기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각종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토론과 자료의 핵심적 주제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았다.

이같은 자기최면에 걸린 자화자찬이 시대와 민의에 역행한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 국정운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지난 1월 취임 후 첫 신년연설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우리는 잘못 없다"

촛불 집회와 관련해 청와대는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되면서 왜곡정보에 편승한 광우병 논란으로 시위가 발생했다"면서 "어려운 국정운영 환경으로 개혁과제 추진이 지연됐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사안에 대해 이제와 촛불 집회 때문에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색 일변도인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을 위한 과도기"라면서 "우리의 진정성 있는 대화-협력 입장에 대해 북한은 대남 비난 및 긴장 조성 행위를 지속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청와대는 "퍼주기와 저자세 등 과거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남북관계 정상화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손꼽히는 '인사 파행'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성적표는 '낙제점'…"외부환경·야당이 문제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실물경제 침체 등 경제위기는 죄다 '남탓'으로 돌렸다.

청와대 자료에 따르면 객관적 지표는 숨기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 2007년 대비 경제성장률은 정확히 반토막이 난 2.5%를 기록했다. 원달러 대비 1000원대를 넘지 않았던 2007년과 비교하면 환율은 지난해 요동쳤고, 최근 다시 1500원 대 진입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주가도 반토막에 가까울 정도로 폭락했다.

1997년 IMF사태 이후 꾸준히 늘어 왔던 외환 보유액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2012억 달러(08년 말 기준)를 기록했고, 경상수지 역시 IMF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해선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로 전이되면서 큰 폭의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외부 환경론'을 들었다.

'대란'으로까지 비판받았던 극심한 환율변동폭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대외적 요인과 경상수지 적자 및 외국인 주식순매도 등 대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정부는 지나친 쏠림으로 환율이 급변동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정부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외환 보유고에 대해선 "글로벌 신용경색 대응 과정에서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했다"고 피해갔고, 주가폭락에 대해서도 "전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우리 증시도 하락했지만, 다른 아시아국가와 비교시 가장 양호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책임론도 들었다. 청와대는 "정부정책의 시행을 위해서는 입법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여야의 대립으로 입법이 지연됐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4차례의 임시국회에서 단 2건의 법률안만 통과되는 등 입법이 지연되면서 정부정책 시행도 차질을 빚었다"며 "정책들이 가시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선 일정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과는 적극 홍보 "국민여망에 따라…실용주의 기반으로…"

반면 성과에 대해선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지난 1년을 "위기극복과 재도약 발판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 온 한 해"라고 평가한 청와대는 "대통령 직선제 실시이후 가장 큰 표차로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통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여망에 따라 실용주의 기반 아래 국정전반을 운영해 왔다"고 자평했다.

또 청와대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극복과, 위기이후 도약과 번영의 기틀을 다지는 노력을 병행하는 '투 트랙'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며 미국-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한반도 주변 4강외교, G20 금융정상회의 공동의장국 수임, 규제개혁, 녹색성장이라는 비전수립, 정부조직의 슬림화, 법질서 확립,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각종 조치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과거와 달리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었고, 대부분 국정과제로 반영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대통령 스스로 현장중심의 국정을 실천했다"며 "1년 간 대통령 주재 회의 및 민생현장 방문 등이 총 702회 열렸고, 이동거리는 119.083km"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이는 지구 세바퀴에 해당하는 길이로, 하루 평균 326km를 이동한 셈"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해 청와대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처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개혁과제들이 시행될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구축하고 현장에서 집행해 국민들이 정부정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09년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무엇보다도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서민경제를 안정시키고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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