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등 출석을 약속했던 예비역 공군 장성들이 불참한 가운데에도 서울공항 앞 제2롯데월드 건설 문제와 관련한 국회 국방위원회 공청회는 정식 청문회를 방불케할 정도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롯데물산 기준 사장 등을 매섭게 몰아붙였고 육군 대장 출신의 민주당 서종표,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 등도 목소리를 높였다 .
하지만 박연석 공군15혼성비행단장,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 등은 "555미터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올라가도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롯데물산 사장 "우리는 자연자원과 역사적 유물이 취약하다"
기준 롯데물산 사장은 "우리나라는 주변국과 비교할 때 자연 자원과 역사적 유물이 취약하다"는 독특한 논리를 전개하며 "관광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에도 세계적 도시관광 명소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 사장은 "특혜논란도 오해다"면서 "초고층 빌딩은 20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한다. 초고층 대신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하면 수조원대 이익을 거둔다"면서 "이런 이익을 포기하고 초고층 건설하는 것이 무슨 특혜와 연결되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승민 의원이 "롯데의 이익을 위해 짓는 것이 아니라는데 왜 손해보는 장사를 하냐"고 묻자 기 시장은 "기업도 철학과 사명이 있다"면서 "2조원 정도를 투자해 연인원 250만 명의 일자리도 창출한다"고 답했다.
이에 유 의원은 "이 정권이 50조 원을 들여서 녹색뉴딜을 해도 96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도 과장이라고 하는데, 250만 개 일자리는 엄청난 호도다"고 지적하자 기 사장은 "정확히 말하면 250만 맨 데이(man day)다. 5년 간 50만 개이고 피크 타임 때는 하루 만 여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쉽게 말해 5년간 수 천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왜 하필이면 그곳에 짓냐"는 질문에 기 사장은 "거기 말고는 적합한 곳이 상암하고 용산 정도인데 상암은 사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800억 원 정도로 서울시에서 매입한 땅값이 현재는 공시 지가로만 따져도 2조3000억 정도라는 답변에 "그 땅 팔아서 딴 곳에다가 지으면 안 되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기 사장은 기존 롯데월드와 연계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도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에 지으며 안 되냐"고 질의했지만 기 사장은 "안 된다"고 답했다. 친박연대 서청원 의원은 "555미터 짜리 빌딩 말고 200미터 짜리 쌍둥이 빌딩을 지으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까지 냈지만 기 사장의 호응은 없었다.
"시뮬레이션? 그러면 이라크 전쟁은 3개월 만에 끝났다"
비행안전성 문제에 대해선 지리한 평행선이 이어졌다. 다만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고 나면 아예 서울공항을 이전하라는 민원이 나오지 않겠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박연석 비행단장은 "롯데 뿐 아니라 판교 신도시, 위례 신도시 등도 있어 그런 우려가 있으니 의원님들이 유념해달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광우 군사시설기획관은 "이전 계획도 없고 이전할 의향도 없다"고 단언했다.
또 '고도제한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 받고 있는 성남시민 문제는 어떻게 하냐. 시민들 목소리는 안 듣고 개별 기업에만 민감하니까 국민들이의 불만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김 기획관은 "성남시민들 정서를 잘 알고 있다"면서 "롯데와 성남 문제는 별개다. 병행해서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문제없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충돌확률은 1000조 분의 1이다'는 답변이 이어지자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이론과 실제는 아주 다르다"면서 "이라크 전쟁만해도 미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개월 안에 결판이 났어야 되는 것인데 현실로선 5년이 걸려도 해결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또 서 의원은 "결론은 이미 나 있는 것 아니냐. (제2롯데월드 건설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 있으면 이런 공청회가 필요하나"라면서 "예전에 203미터 높이 이하만 가능하다는 공군 통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555미터로 인가했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이명박 시장 시절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그 분이 대통령이 됐는데, 대통령이 안 됐으면 공군이 자발적으로 '활주로를 3도 틀면 된다' 그러겠냐"면서 "그리고 대통령이 돼서도 아무 말 안했으면 몰라도 작년 4월에 '(허가를) 검토해봐라'고 말했다"고 이 대통령을 사실상의 배후로 지목했다.
한편 임태희 의원, 김영우 의원 등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사실상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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