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런 조치가 통상법적으로 정당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는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심의 회의를 열어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안보 위험 때문이다.
한국에선 제 구실 못하는 구글 맵
한국 정부는 그동안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공간 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이 보유한 지도 데이터는 국외 반출이 제한된다. 따라서 국내에서 사용하는 구글 맵(구글 지도)은 SK플래닛이 제공한 지도 데이터를 활용한다. 정부 공식 데이터가 아닌 탓에 정확도가 낮다.
외국에서 구글 맵을 활용했던 이들이 국내에서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잦았다.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진 건, 지난 7월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GO)'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부터다. 한국에선 구글 맵 기능이 제한돼 있으므로, '포켓몬고(GO)'를 할 수 없었다. 한국 정부가 지나친 규제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마침, 구글은 지난 6월 한국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한 상태였다. 이 신청에 관한 법적 심사 기한은 8월 25일까지였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추가 심의가 필요하다'며 기한을 11월 23일로 미뤘다. 그리고 18일, 한국 정부는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은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조금의 양보도 없었던 구글
한국 정부와 구글 사이엔 그간 다양한 협의가 진행됐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장소에 대해 영상을 흐리게 처리하도록 구글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구글 측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공간 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의 제한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보내는 게 아니라 국내 서버로 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 측은 세금 문제 등을 이유로 국내에 서버를 두기를 거부했다. 구글은 한국 안에 SK 측이 넘긴 데이터를 처리하는 임시 서버만 설치한 상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향후 구글 측이 입장 변화 등으로 지도 반출을 재신청하면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통상 마찰 문제 아니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문제는 처음부터 통상 마찰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미 FTA 부속서와 안보 조항에 지도 정보 보호 및 국가안보 조항이 있으므로 구글의 민원을 거부할 통상법적 근거가 충분하다"라는 주장이다. 앞서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했을 때,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마찰 가능성이 있다며 대단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구글의 일방적인 민원"이었다며, 정부의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표정이 엇갈린다. 네이버, 카카오 등 지도 서비스로 구글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이번 결정을 반긴다. 반면,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 등을 활용해서 새로운 사업을 하려던 기업들은 아쉬운 표정이다. 앞서 언급한 '포켓몬고'가 '증강 현실'을 이용한 게임이다. '증강 현실'이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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