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최순실 씨가 저지른 엽기적인 비리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됐다며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 분노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통령 한 사람 살리려고 국가 공동체 망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논평을 냈다. "대통령은 당장 하야하라!"라는 제목이다.
사제단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담화는 그가 어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안 되는 중대한 이유를 거듭 확인"시켜 줬다고 밝혔다.
"자신의 잘못을 남 이야기 하듯 하고 제3자에게 그 탓을 돌리는 평소의 파렴치", "사상 초유의 국정 붕괴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 나라의 운명을 염려해서라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교만" 등이 그 근거다.
사제단은 박 대통령에게서 "이기심과 독선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의 죄를 바라본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사제단은 "대통령 한 사람을 살리려고 국가 공동체 전체를 망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제단은 박 대통령에게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속죄하는 길만이 마지막 남은 애국의 길"이라고 권고했다.
"박근혜 등 뒤로 숨은 국정 농단 주역…새누리당, 재벌, 수구 언론"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국정을 망친 책임을 최순실 씨 등 측근에게 떠넘겼다. 이에 대해 사제단은 "그런데 박근혜의 등 뒤로 숨어버린, 아직 전모가 다 드러나지 않은 국정 농단의 또 다른 주역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정경유착의 파트너인 재벌들, 선거에 개입하고 간첩 사건을 조작해 온 국정원과 불의에 편승해 온 정치검찰 그리고 '부패한 수구 기득권 언론들'"이 그들이라고 했다.
그들을 청산하지 않는 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사제단의 입장이다.
"학생이 나서길 기다리지 말라…기성세대가 앞장서서 청년의 내일 열어줘야"
사제단은 "추수의 때를 맞아 알곡을 거둬들이고 쭉정이를 따로 모아 태우는 것은 농부의 할 일이듯 역사를 추수하는 일은 시민들의 소명"이라고 했다. "지금은 모두가 일어나서 불의를 꾸짖고 정의를 세울 때"라는 게다.
누가 앞장서야 하는가. 사제단은 기성세대가 젊은이들 뒤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내용이다.
"혹시 아직도 학생과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나서주기를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앞장서서 어린이와 학생과 청년들의 내일을 열어주어야 한다."
"박근혜 실패는 최태민 악연 못 끊은 탓, 한국의 비극은 친일, 재벌과 결별 못한 탓"
사제단 논평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배후에 있는 부패 구조를 거론하며 마무리 됐다.
"박근혜의 실패가 최태민 일가와의 악연을 끊어버리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면, 오늘 대한민국의 비극은 친일, 친재벌, 부패한 수구 기득권 세력과 결별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임을 명심하자."
사제단은 오는 7일부터 전국 각 교구별로 '박근혜 퇴진과 민주 회복을 위한 시국 기도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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