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협의처리'하자" vs 민주 "'천천히 '강행'하겠다고?"

원내대표 회담 또 결렬…오후 8시에 진짜 '마지막 회담'

여야3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이 30일 오후에도 결렬됐다. 원내대표들은 이날 저녁 8시에 다시 만나 '최종담판'을 짓기로 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이날 쟁점은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과 한미 FTA 비준동의안. 한나라당은 '협의 처리' 카드를 내밀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의처리'는 "이야기 해보고 안 되면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더 할 말도 없다"

▲ 최후 협상이 한 번 더 남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뉴시스

이날 오후 3시 경 회담이 결렬된 직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우리가 13개 사회개혁법안을 합의 처리해준다고 양보했고, FTA 문제나 미디어 관계법도 2월로 연기해 협의 처리해 준다면 (상임위에) 상정해서 논의하자고 양보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85개 법안(처리를) 전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나름의 카드를 다 펼친 홍 원내대표는 "좁혀질 대로 다 좁혀졌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하고 미디어 관계법 문제만 남았기 때문에 더이상 협상이 지속될 수도 없고 지속할 수도 없다"며 "저녁 8시엔 협상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협상 결렬에 대비해 "국회의장이 심사 기일을 지정해 주면 연내 처리가 가능하다"며 "의장님이 결심할 일"이라고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현재 상경해 있는 상태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처리를 요구하며 현재 대기업 지분 참여율 30%를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카드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문제와 대해서도 홍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열고 전원위원회를 소집해서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한나라당이 "2월 협의 처리"라고 양보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협의'가 아니라 '합의' 처리해야 하고, 충분한 논의를 위해 시한을 설정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합의=포기'라고 간주하고 '협의' 처리를 줄곧 주장했지만, '2월까지 협의 처리한다'는 말은 '시기만 늦춰 강행하겠다'는 말과 똑같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도 "한나라당은 '한미 FTA 갈등을 새해까지 끌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부담을 털고 가겠다는 것이고, 미디어 관련법도 여권 전체의 방송 기본 정책이기 때문에 굽힐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협상의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홍준표 원내대표가 "쟁점은 한미 FTA와 미디어법으로 압축됐다"고 말한데 대해서도 서 수석부대표는 "한미 FTA와 미디어관련법 논의를 하느라 (다른 법안은)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고 부인했다.

민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다만 한나라당의 '연내처리' 방침에 맞서 "이번 회기에 처리하지 말고 2월 임시국회를 '경제 임시국회'로 만들어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세 번째 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국회를 속도전의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나라당 지도부에 협상의 자율성이 없어 이번 회담도 결렬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렸다.

국회 앞도 '후끈'

사실상의 최종 협상이 성과 없이 결렬되자 양측 모두 '파국'을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현재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언론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와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경찰은 차벽을 쌓으며 국회를 철통 경비하고 있다.

또 김근태, 이목희, 우원식 등 원외 민주연대 인사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우원식 민주연대 대변인은 "원내 회원들은 국회 안에서, 원외 회원들은 국회 밖에서 싸우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도 '48시간 직접행동'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