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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MB, 정치 혐오해…한나라당은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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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MB, 정치 혐오해…한나라당은 갈팡질팡"

제왕적 대통령제 해법은…분권형 대통령제?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회 정치 혐오증'을 비판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다.

윤 전 장관은 11일 희망정치연구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본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과 관련해 '제도 개혁' 못지 않게 '인물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정당 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한국의 정치 풍토 하에서 "대통령에 취임하면 누구라도 의회를 무시하는 등 권위주의적 속성이 표출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 대통령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 자료사진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공보수석을 지내는 등 '제왕적 대통령'을 가까이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 전 장관과 함께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참여했고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최태욱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정치 혐오한다"는 말 자꾸 해

윤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정당 정치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정치를 혐오한다'는 말만 자꾸 했는데 결국 '나는 여의도 정치가 싫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정당 정치에 관심 갖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보면 선거 할때는 정당의 후보가 되는 게 유리했지만 당선이 되고 나면 정당 역할에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고, 무력화 시키고 통치 수단으로 생각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속도전' 등으로 상징되는 일방적 국정 운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그는 '인물'이 문제가되는 것과 관련해 "권위주의 시대 이후에는 대통령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게 사실이지만 그 틈을 국회가 정책 기능으로 메우지 못하고 정치 공세적으로 운영했다"며 정당 정치의 부재를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그렇다 보니 민주적이지 않은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진 '아웃사이더'가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친정인 한나라당을 언급하며 "(현재) 권력 견제와 대통령을 돕는 책임 정치라는 두 가지 명분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며 "민의를 반영해서 바른 소리를 했다가 청와대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면 쏙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집권당으로써 제대로 자기 역할을 못하고, 거대 여당이지만 혼란스럽고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 매일 자기를 편드는 신문한테도 두드려 맞는다.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통령에 취임한 후 의미 있는 실험을 시도 했다"며 "결과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역주의의 틀을 깨겠다는 시도를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같은 방안에 실패한 이유로 그는 "방법에 있어서 열린우리당 창당을 대통령 자신이 주도했던 것"을 지적했다. 반발 등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권위주의는 없어졌는데 '권위까지 없앴다'고 비판을 받았다. 이 역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족보 있는 정당" 선행되야

최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한국형 위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이지만 한국은 제왕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의 대통령제라면 독선, 독주, 독재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고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그는 "정당의 구조화"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당이 견고해야 책임정치가 구조화되고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정책 기조가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족보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

그는 또 지역주의, 금권 정치 등 한국 정치의 폐단 등과 함께 "대선 후보 중심으로 이합집산 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시키고, 정당 정치를 약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분권형 대통령제에 공감대 형성

쟁점은 현재 가장 논의가 활발한 '분권형 대통령제'였다.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중간 형태여서 현실적으로 논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치권에서도 이 논의는 힘을 얻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안보는 대통령이 맡고, 내정은 총리가 맡는다고 지적하는데, 학계 일각에서는 안보 개념의 첫째 조건이 경제의 안정성"이라며 "즉, 어디까지가 대통령, 책임 총리의 고유 권한인지에 관한 규정이 힘들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 따라 실행이 잘 될 때는 대통령 독주로, 잘 안될 때는 내각제의 혼란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부영 전 의장은 "책임 총리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와 함께 감사원, 예산편성권, 차관이나 외청 인사권 등을 국회로 가져오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개헌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내각제와 관련해 "과거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한 번 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장도 "궁극적으로는 내각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의장은 개헌 논의의 전개에 대해 "87년 개헌은 직선제 등 독재 체제에서 벗어나는데 급급해서 노동자, 환경 등의 가치가 담기지 않았다"며 "향후 전개될 개헌 논의에는 노동자 등의 참여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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