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68) 미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67)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불완전 계약 이론'이 최근 한국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막무가내식 '성과 연봉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10일(현지 시각)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경제 주체들이 맺는 여러 계약의 특성을 분석하고 계약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선구적으로 연구한 두 교수를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사람은 1987년 '계약 이론(The Theory of Contract)'을 공동 집필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이론은 모든 경제 행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약 관계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국내 현실과 맞물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홀름스트룀 교수가 '성과 급여 체계(performance pay)'의 한계를 여러 각도로 지적하며 제한적 사용을 주문했다는 점이다.
이는 홀름스트룀 교수가 197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여러 기업과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직원 사이의 고용 계약을 연구하며 양측이 어떻게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지를 주목한 결과다. 그는 이 기간 연구 내용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최근 연구에 이르러서는 '성과 측정이 어려울수록 가능한 성과에 기반을 둔 보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였느냐가 언제나 제대로 관찰(포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장선에서 홀름스트룀 교수는 성과 급여 체계는 되도록이면 '경영상 업무'를 하는 직원을 평가할 때 쓰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성과 측정 방법을 고안하기 어려울 수록 그 업무를 하는 이의 급여는 '간단한 기본급'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도 홀로스트룀 교수는 설명했다. 이를 보이기 위해 그가 던진 질문은 '교사나 의료 서비스 분야 종사자, 교도관에게 성과 급여를 주는 것이 과연 더 효율적인가'이다.
질문에 대한 홀름스트룀 교수의 답부터 설명하면, 성과를 단순 측정할 수 없는 이런 직종들에선 성과 급여 체계를 적용하더라도 제한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성과 중심의 급여 체계에서는 노동자가 성과 측정이 쉬운 부문에만 집중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사들의 월급을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연계해서 지급한다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독립적 사고 같은 능력을 계발하는 데 시간을 거의 투자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시험 성적은 성과 측정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학생들의 창의성과 독립적 사고를 얼마큼 고양시켰는지는 측정 자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홀르스트룀 교수는 그래서 '성과 평가에서 자유로운 기본급 중심의 급여 체계(fixed salary, independent of any performance measures)가 보다 주어진 일 전반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노력을 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 같은 불완전 계약 이론에 대해 "기업의 성과는 시장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성과에만 의존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운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해설했다.
왕립과학원은 아울러 "위험이 큰 산업일수록 인센티브 보다는 고정적인 급여를 더 늘려야 성과를 높일 수 있고 안정적인 분야에서는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다"며 두 학자의 이론을 "실생활의 계약을 고안할 때 함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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