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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세프님은 생수병을 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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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세프님은 생수병을 따네?

[함께 사는 길] 방송 중 생수 간접 광고, 기업 이윤 때문

"미역과 참기름만으로 뚝딱! 시원한 '홍합 미역국' 만들어 볼까유? 먼저 미역을 물에 불려주세요. 그리고 참기름 넣고 중불에 볶아유, 국간장 넣고 계속 볶아유. 어느 정도 볶았으면 이제 물을 7컵 넣어주면 되유."

한참 '백선생'의 요리를 따라 하다가 물을 넣는 순간 망설인다. 어랏, 세프님은 생수병을 따네? 수돗물을 넣으면 안 되나?

▲ tvN <집밥 백선생> 화면 갈무리.

생수 정수기 권하는 텔레비전

백선생뿐만 아니다. 텔레비전 요리프로그램에 나오는 세프들은 하나같이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생수를 사용한다. 심지어 라면을 끓일 때도 말이다. 그렇게 요리한 음식들에 대해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요리뿐이겠는가. 뛰다 쉬면서 한 모금, 노래를 부르기 전 긴장감에 한 모금, 이야기하다가 한 모금.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생수(먹는 샘물)와 정수기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지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일상의 단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광고는 더욱 노골적이다. 젊고, 멋있고, 똑똑한 이미지의 연예인들이 시청자들에게 생수(먹는 샘물) 혹은 정수기의 물을 마시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과연 그들의 말처럼 정수기의 물이 그리 깨끗하고 안전할까. 최근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된 사건만 보더라도 정수기의 안전을 검증하는 제도의 허점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현실과 다르게 정수기나 생수(먹는 샘물)의 광고가 부풀려져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환경연합과 서울시수돗물평가위원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서울시 수돗물 의식조사'에 따르면, 먹는 물을 선택하는데 광고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시민들이 72.8퍼센트에 이른다. 이는 친숙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물 마시는 장면뿐만 아니라 조리하는 장면에서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이 아닌 생수(먹는 샘물) 혹은 정수기 물을 사용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은연중에 소비자들은 수돗물로 조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보편적 복지여야 할 물과 관련하여 위화감을 조성하고, 먹는 물과 관련한 시민 의식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방송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6~7월 2개월 동안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 61편의 드라마·예능·요리·건강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링의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불후의 명곡>,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등에서 생수(먹는 샘물)와 정수기에 대한 간접광고가 1회당 약 350~650회에 이르렀다. <런닝맨>, <아는 형님>, <무한도전>,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프로그램에서도 생수병의 노출 빈도가 높았다. 방송 전·후 광고까지 더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정수기와 생수 사용의 반복적인 노출은 시청자들을 세뇌시켜 음용수(마시는 물)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키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 MBC, KBS, SBS 등 공중파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 노출된 생수 및 정수기. 각각의 이미지는 해당 프로그램을 갈무리한 것임.

요리 및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방송 전·후 물 관련 광고를 모니터링 결과,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176건의 광고 중 89건(50.6퍼센트)이 정수기 광고였고,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는 43건 중 21건(48.9퍼센트)이 탄산수 광고로 나타났다. 조리 시 물 이용 장면 총 192회 중 34회(17.7퍼센트)만 수돗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송 중 노출된 제품이 방송 전·후 광고에서 그대로 이어져 사실상 광고와 방송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물 이용 노출횟수는 생수가 670회(33.9퍼센트)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음용 횟수 또한 생수가 40회(19.5퍼센트)를 기록했다. 방송만 본다면, 국민들의 음용수와 음용 문화가 생수(먹는 샘물)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반면, 2016년 6월과 7월 두 달간의 프로그램 모니터링에서, 수돗물을 음용하는 경우는 MBC 일일드라마 <다시 시작해>에서 극 중 배경으로 음수대가 노출된 것이 전부였다.

먹는 물 제대로 따지자

결국 방송에서 생수와 정수기를 권하는 건은 요리 맛이나 안전성 때문이 아니다. 기업의 이윤 때문이다. 방송국은 광고비를, 광고주는 더 많은 판매를 통한 더 많은 이익을 노린다. 문제는 이러한 무분별한 생수(먹는 샘물)와 정수기의 노출이 수돗물을 안 쓰는 물, 못 쓰는 물로 인식하도록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용을 들여 생수와 정수기를 구입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직접 비용만 연간 2조 원이 넘는다.

그뿐인가.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번 정수기 니켈 검출 사건처럼 정수기 수질과 먹는 샘물에 대한 수질을 우려하는 연구와 조사들이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안전성 문제로 회수·폐기해야 할 생수 중 6.8퍼센트만 회수·폐기되고 나머지 93.2퍼센트는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먹는 생수(먹는 샘물)는 제조 단계부터 유통과정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먹는 샘물)는 폐기물 발생으로 인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폐기물 발생의 부담,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 위생 관리의 허점 등 먹는 물 정책 전반에 걸쳐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 뒤에 감춰진 기업의 이윤과 안전성 부실, 제도의 허점 등으로 인해 소비자는 이중삼중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을 명심하고 소비자 역시 정수기와 생수(먹는 샘물)의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정말 나와 우리 가족에게 안전한 물이 무엇인지, 제대로 따지고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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