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재오계의 '7월 조기전대' 제안을 친박근혜계가 단칼에 거부했다. 이른바 '관망파'도 조기전대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조기전대론은 '친이계만 몸이 달았다'는 평가다.
의견이 제각각이었지만 '지도부 용퇴'를 강하게 주장하며 '해체'도 불사하지 않겠다던 쇄신특위의 활동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4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는 당내 주류가 제기하는 '조기전대'론을 두고 친박계가 "청와대의 쇄신 없이는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7인 성명'을 주도한 바 있는 임해규 의원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잘못이 있음을 동료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조기전당대회의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제안까지 했다.
이에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총선 공천 등이) 현 지도부의 잘못이냐"며 일축했다. 임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당권을 잡겠다면 내가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한 친박 의원은 "이미 당 요직을 친이가 차지한 상태에서 조기 전대가 무슨 의미냐"고 했다. '시기'가 늦었다는 것이다.
'조기전대론을 주장하는 친이계와 소장 개혁파들의 발언이 계속 이어지자 이성헌 의원이 나섰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64% 이상인데, 우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퇴하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마찬가지로 박희태 대표가 잘못하고 있다고 해서 사퇴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사퇴"발언에 발끈한 친이명박계 권택기 의원이 이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고 나서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 '사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있느냐"고 항의했고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는 태평할 때 필요한 대표"…"지금은 위기"
'계파 화합' 내지 '책임 분산'의 의미를 가진 친이계의 주장과 다른 의미에서 민본 21은 조기전대를 통해 청와대 쇄신 요구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은 "박희태 대표는 태평시기에 필요한 대표다. 그런데 지금은 위기상황"이라며 "박 대표가 결심해서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업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감세를 하는 등 '일방통행'식으로 청와대가 밀어붙였는데 '부자정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청와대의 일방통행을 놔둔 결과다. 새 지도부를 통해 국정 쇄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관망파'들은 대체적으로 조기전당대회에 부정적이다. 계파색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한 중진 의원은 "현재 당청 관계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지도부가 바뀌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조기전대 논의가 계파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문제제기로 보이는데 매우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상한' 합종연횡?
친이명박 직계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은 이자리에서 "대통령이 '국정 쇄신의 뜻이 없다'고 한 발언 내용을 청와대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브리핑해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처사는 부적절하다"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성태 의원은 "7인회와 관련해 처음에는 의문을 가졌지만 이들과 대화를 한 후 그 진정성을 이해하게 됐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현재 구도는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친박계의 이해관계가 맞고, 친이재오계와 민본21 등 소장 개혁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관망파'는 대체적으로 7월 조기전당대회에 부정적이다.
이같은 여권의 '이상한 합종연횡'을 두고 '열린우리당'을 상기하는 인사들이 많다. 자기가 속한 계파의 이해관계가 '국정쇄신'의 대의를 뛰어넘는 상황이라면 갈등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을 예고한다.
한편 이날 쇄신특위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자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21.1%로 민주당 23.0%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전날 박희태 대표가 의원총회를 통해 "(민간 조사 결과) 한나라당이 7%이상 앞선다"며 "희비에 젖지 말라"고 했던 발언이 무색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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