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의 여파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전면쇄신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도부는 '정면돌파론'을 선택했다.
원희룡, 남경필, 정두언, 권영세 의원 등이 31일 박희태 대표를 찾아가 사퇴를 건의하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박희태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럴 때일수록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말이 맞다"며 일축했다.
박 대표는 "골목길 사잇길을 노릴 필요 없다 큰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우리 당의 나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방해나 장애가 있더라도 우리가 대도를 가는 이상 막을 사람은 없다"며 "6월은 원내정치가 활짝 꽃피는 좋은 정치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당 쇄신특위는 조기전당대회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전망이다. 쇄신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쇄신특위에서 주장하는 것은 조기 전당대회"라고 못을 박았다. 쇄신특위와 지도부간의 격렬한 대립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책임정치'를 주장하는 친이계를 앞세워 이명박식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이날 당 지도부는 사무총장에 친이계인 장광근 의원을 임명했다.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 역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핵심 측근인 진수희 의원에게 맡겼다.
당 지도부는 '인적 쇄신론'에도 제동을 걸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여권이 제기하는 법무부장관 및 검찰 인적쇄신 요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사실상 검찰 지휘라인부터 현재의 검찰 수사팀에게 '면죄부'를 준 것.
'박연차 리스트' 수사는 민주당이 '파면'을 주장하는 법무부 김경한 장관, 임채진 검찰총장,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지휘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다만 "검찰 수사에 있어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자체 여론조사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높다"고?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거세게 일고 있는 후폭풍에는 촉각이 곤두선 눈치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에 뒤진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지지 않는다"며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반박했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31일 성인남녀 4243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응답 방식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26.4%로, 민주당 지지율 25.8%보다 0.6%가 높게 나왔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개인적인 생각으로 여의도연구조사가 가장 신빙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역전을 당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윈지코리아 조사에 이어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30일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27.1%로 한나라당(18.7%)을 8.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왔다.
'북풍'으로 '노풍' 잠재울까?
한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아세안 정상회담과 관련된 발언이 주를 이뤘다. 박희태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정말 획기적으로 기획하고 이끈 외교적 소산이라 생각한다"고 이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웠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혹시라도 북한이 오늘내일 서해상에서 도발해서 한-아세안 국가의 미래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가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은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일을 감행하는 정치집단이기 때문에 우리의 호소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모르겠지만, 한-아세안이 민족의 미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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