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회한에 잠겼다. 많은 시민들이 말 머리에 "화가 난다"는 말을 붙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은 데 대한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 대통령과 관련해 "진정성이 없는 사람", "못 믿을 사람", "부덕한 사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의 '인간성'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진 것.
▲ 시민들은 이 대통령과 관련해 "진정성이 없는 사람", "못 믿을 사람", "부덕한 사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의 '인간성'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이같이 굳어진 것.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뒤에도 추모 행렬은 계속됐다. ⓒ프레시안 |
"이명박, 워낙 덕이 없잖아요."
민주노동당 문성현 전 대표는 "인간 노무현이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고, 대통령 노무현이 인간 노무현을 죽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인간적으로 '덕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워낙 덕이 없는 사람이잖아요"
경기도 일산에서 온, '86학번'이라고 소개한 한 주부는 아이 손을 잡고 남편과 함께 노제를 지켜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일반적으로 동양인이 죽은 사람을 '잘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인간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자 그는 "아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며 웃었다. 아이는 자꾸 노제가 잘 보이는 높은 곳으로 가자고 졸랐다.
자신을 50대 프리랜서라고 소개한 남성은 "이명박 대통령은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사과를 하고, 경찰을 빼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해야 한다"며 "어설프게 위로한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진정성이 전혀 안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노제가 끝난 뒤 시청 광장에서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연 '자유 추모 발언대'에서도 주된 비판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보다 사람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거칠게 표현했다.
"오늘 원래 소풍날인데 몰래 도망나왔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한 여고생은 "이명박 대통령이 싫다"고 말했다. '왜 싫으냐'고 물었더니 손가락을 펴며 "저것이 싫다"고 말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국가인권위원회 앞, 길을 가로막은 전경이 방패를 들고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었다.
앞서 만난 50대 남성은 "지금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의도적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노제가 끝나고 "친구와 차를 타고 수원 화장장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30대 남성은 "너무 화가 나서 오늘 큰맘 먹고 일을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다. MB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찍었지만 재임 기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도 그런 심정이다. 인간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좋다"고 말했다.
▲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부르고 있는 시민들. ⓒ프레시안 |
"솔직히 여기 모인 사람들 못 믿겠다"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싫다"고 말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 추모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경북 문경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고 한 20대 여성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TV로 '노무현 수사' 생중계를 즐기던 사람들이 모인 것 아니냐"며 "사람들이 전부 감성적이어서 오래 기억될지 모르겠다. 오히려 감성적이어서 더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게 슬픈게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게 슬프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산에서 온 '86학번' 여성은 "모인 사람들이 'MB 정책'을 비판해서 모인 것은 아닐 것"이라며 "솔직히 사람들을 못 믿겠다. 금방 잊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뒤 시민들은 "사람들을 못 믿겠다"는 반응부터 "정부 여당이 곤욕을 치를 것"이라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프레시안 |
현장에서 만난 정치부 출신 한 기자는 "내년 6월에 재보궐 선거가 있는데 5월 말이 되면 추모 1주기 분위기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가 곤욕을 치를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못 믿겠다"는 반응부터 "정부 여당이 곤욕을 치를 것"이라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시민 영결식을 지켜봤던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정말 민심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청역 6번 출구 앞에 서 있던 KBS 중계차가 시민들의 항의로 인해 결국 철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관제방송 KBS는 철수하라"며 물병 등을 던졌다. 한 스태프가 이에 맞기도 했다. 시민들은 "작년 촛불 집회 때 KBS 앞에서 밤을 지샜던 게 안타깝고 분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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