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제3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첫날인 1일 청문회에서는 참사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확보된 세월호 선체 내 DVR(Digital Video Recorder)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류희인 안전사회 소위원회 위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청문회 1세션에서 "정부가 참사 당시 선체 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DVR 장치 확보 작업이 두 달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그런데 이 DVR 수거 사실은 공식적인 작업 결과 보고에 나와 있지 않았다"며 DVR 수거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DVR은 선체 안팎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CCTV 영상을 기록하는 것으로, 차량으로 따지면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다.
특조위는 DVR 수거 과정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장진홍 해군 해난구조대장과 이춘재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이들은 모두 불참했다. 특조위는 불가피하게 장진홍 대장이 사전에 작성한 진술 조서를 인용해 관련 의혹을 밝혔다.
장 대장의 조서에 따르면, 참사 발생 후 두 달이 지난 2014년 6월 22일 이춘재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이 직접 해군 바지선에 와서 DVR 수색 작업을 요청했고, 두 번째 수색 만에 DVR을 인양했다. 그러나 작업이 끝난 이후 작성하는 선내 구조 작업 실적과 SSU잠수대 수색팀의 기록 등 공식적인 인양 작업 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었다. 이날 DVR 이전에 인양한 노트북과 카메라만 작업 실적으로 기록돼있었다.
특조위는 DVR 수거 과정이 여러모로 예외적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평소 인양은 매일 오전 해경 지휘부와 민간 잠수사들이 회의한 후 가족에게 작업 계획을 알리고 가족 참관 하에 작업이 진행되지만, 이날은 가족에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 또한 이춘재 국장이 직접 해군 잠수구역에 찾아와 'DVR을 우선 인양해달라'고 요청한 점 또한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민간 영상 기록단에 따르면 이날 기상 조건도 인양하기에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 위원은 "DVR 수색 작업이 두 달이 지난 시점에 긴급하고 은밀하게 진행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누구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아서 수거 작업을 요청했는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작업을 요청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류 위원은 이어 목격자들이 기억하는 CCTV 작동 시간과 DVR 내 저장된 영상기록 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 제기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생존자 강병기 씨는 "함께 탑승한 장인어른을 찾기 위해 안내데스크 주위에서 CCTV를 봤다"고 증언했다. 강 씨는 배가 기울고 나서 해경 헬기가 도착한 소리가 들릴 때까지 약 30여 분간 CCTV 화면을 봤다고 했다. 해경 헬기가 도착한 때는 오전 9시 27분경으로, 강 씨 진술에 따르면 그때까지 선내 CCTV가 작동 중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DVR에 기록된 영상은 8시 48분까지였다.
DVR 영상을 분석한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대표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복구 과정에서 복구가 제대로 안 됐거나 강제 종료나 삭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복원성, 제주 해군기지용 철근 과적이 영향"
특조위는 이어 제주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과적이 세월호 복원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완익 위원은 제주항에 입항한 화물선 물동량 분석을 통해 "2010년 이후 화물선 업체들의 물동량이 꾸준히 늘어 2012년도 주요 건설 자재가 급격히 늘었다"며 "세월호는 화물선이 아니지만 청해진해운은 해군 기지로 인한 물동량 증가에 따른 이익을 취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4년 4월 15일 세월호에 적재된 철근 중 상당 부분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으로 반입될 예정인 사실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며 "철근은 세월호에 적재된 화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세월호 화물 과적에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이와 관련, 해군 측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일체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주요 증인 다수가 불참했다. 증인 39명과 참고인 29명 가운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포함한 증인 30명,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포함한 참고인 6명은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일부는 참석 여부에 대해 회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태 위원장은 "전현직 공무원 대다수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다. 지난 두 번의 청문회와 달리 장소도 아주 협소하다"며 "이런 물리적 조건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더 드러난 진실이 무엇인지 함께 지켜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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