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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장애인=범죄자=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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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장애인=범죄자=테러리스트?

李대통령 앞에서 경호 시연…'장애인 제압' 파문

청와대가 최근 대통령을 경호하는 장면을 시연하면서 장애인을 '범죄자'로 설정해 뒤늦게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청와대 관계자들이 참여한 경호시범 행사에서 나왔다. 시범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처는 대통령이 대중 앞에 나선 상황을 성정하고 각종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李대통령 "앞으로 말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호원들은 사방에서 출몰하는 괴한들을 간단하게 제압하는 시범을 보였고, 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 청와대 경호원들이 지난 6일 열린 경호시연 행사에서 장애인으로 연출된 한 남성이 들고 있던 현수막을 빼앗으며 제압하고 있다. ⓒYTN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괴한' 중의 한 사람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었던 것. 장애인으로 설정된 이 관계자는 "장애인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으며, 경호원들은 곧 현수막을 빼앗고 이를 제압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경호관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직무에 임하는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면서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또 "내가 (이 시범을) 일찍 봤더라면 경호관들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했을 텐데 지난 6개월 동안 잘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경호관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장애인 단체 "도저히 납득 못 해…끝까지 투쟁할 것"

이날 행사가 YTN <돌발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장애인 단체와 정치권에선 당장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9일 성명을 통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극단적인 시연의 연출이었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장총은 "과연 장애인이 대통령을 '위협'할 만큼 위험한 존재인가"라며 "그렇지 않다면 이런 시연을 보여준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장애인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며, 대통령은 위협할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대통령의 얼굴조차 보기 힘든 존재들인 장애인들이 대통령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정말 억지"라고도 했다.

이어 한국장총은 "취임 초부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정부는 사회적 소외계층인 장애인을 대통령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참관하는 자리에서, 언론에까지 공개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장애인을 폭력적인 존재로 취급한 것은 이 정부의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의식을 알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호관들이 생존권을 외치는 장애인을 제압하는 장면을 보고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하다"면서 "'앞으로 경호관들의 말을 잘 듣겠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 480만 장애인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대통령을 위협하는 존재로 비하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진보신당도 논평을 통해 "청와대 경호시범에서 장애인을 범죄자 취급한 것은 청와대의 인권 의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욕적 사건"이라면서 "대통령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그대로 갖고 있는 한 장애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일들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청와대 "조치 장면만 부각돼 생긴 오해…심히 유감스럽다"

반면 논란이 일자 청와대 경호처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휠체어 상황조치 장면은 '장애인' 또는 '장애인으로 위장한 비장애인'이 행사장에 들어와 펼침막을 펼치고 소란을 야기했을 때 장애인임을 확인한 경호관이 밖으로 안내하는 과정"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일련의 과정이 생략되고 조치 장면만 부각되어 오해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호처 측은 "상황조치 과정에서 장애인이 위해 기도자인 것처럼 묘사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이 '장애인권'과 관련해 파문에 휘말린 것은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해 장애인 단체 등의 강력한 비난을 자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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