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와 유가족을 폄훼하는 내용의 부정적 여론이 SNS상에서 조직적으로 형성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여론 조성 과정에 보수단체 간부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7일 서울시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보도의 공정성 적정성 및 정보통신망 게시물 등에 의한 피해자 명예훼손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악의적인 여론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업체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해 트위터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분석 기간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1기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인 2014년 4월 16부터 26일까지, 2기는 세월호 특별법 갈등이 증폭된 2014년 8월 19일부터 29일까지, 3기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즈음인 2015년 4월 11일부터 21일까지다.
연구소는 악의적 여론 동향을 분석하기 위한 키워드 다섯 개를 선별했다. 세월호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에서 주로 등장한 단어인 '보상', '지원', '혜택', '특례', '특혜' 등이다.
이경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소장은 "트위터에서 상호 소통하며 그물망처럼 연결된 중심 그룹과 달리 어느 한 계정을 수십 개 계정이 일방적으로 따르는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이는 그룹을 발견했다"며, "비정상 그룹 내 1개를 제외한 나머지 계정 모두 '트윗덱'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트윗덱은 트위터상에서 여러 개의 계정이 동시에 글을 쓰거나 동시에 리트윗을 해 동일한 내용의 글을 빠르게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정원이 지난 대선 당시 여론 조작에 동원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이 소장은 "전체 트위터 이용자 가운데 1.2%만 사용하는데, 이 비정상 그룹에선 100%를 이용한다는 걸 보면 의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려 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이 비정상 그룹은 한 개의 '조장 계정'과 수십 개의 '조원 계정'으로 이뤄진다. '조장 계정'이 세월호 관련 부정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면 비슷한 때에 '조원 계정'들이 일제히 해당 글을 재전송(리트윗)하는 방식으로 활동했다. 이를테면, 조장 계정이 '김영오 금속노조원, 이혼했음'이라는 글을 작성하면, 조원 계정 중 1번 계정이 몇 분 내에 이를 리트윗하고, 그로부터 몇 초 내에는 다른 수십 개 조원 계정 전체가 리트윗하는 식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여론 조작 정황을 포착해 보도했던 정환봉 <한겨레> 기자는 이같은 SNS 여론 조작의 중심에 보수단체 간부가 있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이날 발표회에 참석해 "보수단체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의 간부 김모 씨가 트위터 계정 70여 개를 활용해 세월호 여론 조작을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김 씨는 유가족 등을 비난하는 트윗을 여러 차례 올렸다"며 "트윗덱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며 한때 십알단 마크를 달고 활동하기도 했다"고 했다.
"'특례 입학' 보도, 생존 학생들에게 상처 됐다"
특조위는 이날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 등 간접 피해자 대다수가 왜곡된 언론 보도와 악의적 인터넷 게시물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생존 학생 트라우마 치료를 전담한 김은지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임상조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 학생, 단원고 교직원, 안산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특별법에서 보호하는 '피해자' 외에도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언론 보도와 악성 댓글로 피해자에 준하는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조사 결과, 참사 직간접 피해자 124명 중 68.5%에 해당하는 85명이 언론 보도나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상처를 입거나 고통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들은 참사 이후 언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 원인으로는 오보, 부정확한 보도,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취재 관행 등을 꼽았다.
특히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례로, 21명 가운데 8명은 '특례 입학' 보도라고 응답했다.
"내가 단원고 출신인 것을 알면 불쌍히 여길까 걱정되고, 특례로 오지 않았는데 특례로 왔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실제로 듣기도 했기 때문에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됐고, 사람이 무서워졌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단원고 이야기만 해도 눈빛이 달라지는 게 힘들다."
김 교수는 "정보전달에 있어 언론 보도가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언론은 확산과 왜곡 현상을 고려해서 보도해야 한다"며, 아울러 "간접 피해자들의 피해 사례를 더 연구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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