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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올림픽 마케팅' 해도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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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올림픽 마케팅' 해도 너무해

'도보 퍼레이드' 등에 빈축만…'말 실수'도 위태위태

"내일부터는 신문이 저걸(올림픽 관련 보도를) 좀 하겠지. 금메달 따는 이야기를 좀 하겠지?"

베이징 올림픽을 참관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남긴 말이다. 전용기에서 내린 이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곁에 있던 김윤옥 여사에게 이 같이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중국 현지에서 가진 체육계 인사 조찬 간담회에서는 "저도 올림픽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국민들도 격려하는 좋은 계기가 될 줄로 안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덕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심 퍼레이드에, 청와대 초청 행사까지…"황당한 권위주의"

이미 올림픽 개막과 맞물려 민영화, 감세 등 각종 '이명박식 정책'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와대다. KBS 이사회가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것도 바로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8일이었다. 이 대통령 역시 베이징을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해임안을 처리했다.
▲ 지난 10일 청와대는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진의 응원장면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프레시안

청와대는 올림픽을 틈타 각종 논란성 정책을 밀어불이는 것뿐만 아니라 올림픽 자체를 지지율 제고를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이른바 '올림픽 마케팅'이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예 오는 25일 올림픽 선수단의 귀국에 맞춰 서울 도심에서 도보 퍼레이드를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애초에는 카 퍼레이드 형식이 유력했지만 인원 수 등을 고려해 세종문화회관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이르는 도보 퍼레이드로 계획이 변경됐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이 자리에 참석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단 일정 등이 미리 보도되면서 경호상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지만, 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이 올림픽 선수단과 시청 광장에서 환영 행사를 갖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선 당장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대한민국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 같은 권위주의적 발상에 대한민국이 참 우스운 나라가 돼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러한 대한체육회의 방침은 청와대와 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퍼레이드 참석도 검토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런 황당한 발상, 후퇴하는 발상을 하는 정부가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선수단을 대거 청와대로 초청하는 오찬 간담회도 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번 올림픽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표 선수단과 임원들을 오는 26일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선수단 가족 초청행사나 축하공연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말 열릴 '2008 베이징페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가는 곳마다 울려 퍼지는 '올림픽 찬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참가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노고를 격려한 바 있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테니스 광이자 수영연맹 회장을 16년간 역임한 바 있는 스포츠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올림픽 행보'가 정치적 의도 개입 의심을 사는 이유는 올림픽 기간 동안 KBS 사태 등 각종 정치사회적 문제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올림픽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이 대통령의 '스포츠 사랑'이라는 개인적 취향이라기보다는 현안에 대한 물타기성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이 직접 박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메달을 획득한 모든 선수들에게 축전을 보낸 일이 꼬박꼬박 언론에 보도됐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입을 열 때마다 올림픽 선수들에 대한 '찬사'를 아까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된 '야후' 인터뷰의 첫머리도 올림픽이 장식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 아주 놀랍게 생각한다"며 "보통 서구 사람들이 석권해 오던 것을 동양인으로서 메달을 땄기 때문에 국민들이 환영을 하고 국민들이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8.15 행사 전날인 14일 계룡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현역 장성들을 향해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매우 건강하고 능력이 있고, 그래서 희망이 있다"며 "우리의 젊은이들이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고 국민의 사기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가진 정례회동에서도 화제는 단연 올림픽이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젊은 세대가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면서 "우리 모두가 잘하면 다 잘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중국에 가보니 온 세계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더라며. 우리도 힘을 모아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단결'에 대한 당부도 빼지 않았다.

'거꾸로 태극기'부터 '설화'까지…곳곳에서 '아슬아슬'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렇듯 '올림픽 특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고'도 뒤따른다.

이 대통령이 여자 핸드볼 경기를 관람하던 중 태극기를 거꾸로 흔들면서 일었던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처럼 찾아 온 올림픽 효과를 극대화하려던 이 대통령은 집중적인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야 했고, 여당에서조차 의전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왕기춘 선수는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태극기 거꾸로 달면 MB 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공인임을 망각하고 글을 올렸다. 그동안 저를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해당 글을 삭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태극기'로 곤욕을 치른 이 대통령에게서는 그 이후에도 위험한 발언이 나왔다.

지난 12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자리에서 이 이 대통령은 "올림픽 성적이 아주 좋은 데 기분이 어떠시냐"는 한 참석자의 말을 받아 "젊은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 데 나이든 사람들이…(문제)"라는 알쏭달쏭한 답변을 내놨다.

논란을 예상한 이 대통령은 곧바로 "육체적 나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생각이 고루한 사람, 생각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나이든 사람"이라고 무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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