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갈수록 엄중해지는 분단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유일한 남북 경협 창구이던 개성공단을 전격적으로 폐쇄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6일 오전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하나된 조국을 만들기 위해 생명을 바치셨던가를 생각하면, 갈수록 엄중해지는 분단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분단의 현실이 엄중"해진 책임을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돌렸다. 그는 "최근 북한은 7차 당 대회에서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고, 5차 핵 실험까지 공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1년 노태우 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 이래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는 정책이 역대 정부를 통해 추진돼 왔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하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국군과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2000년 처음 가동된 개성공단이 완전히 멈춰선 것은 박근혜 정부 때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은 우리의 안보는 물론이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자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비난하면서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선택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때까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강력한 제제와 압박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애국심과 단합으로 나라를 지켜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평가는 싸늘했다. 의석수 6석의 원내 진보 정당 정의당은 "박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는 너무도 안일하고 답답하다"며 "급변하는 정세와 무너지는 국민들의 삶에 대해 어떠한 희망과 대안의 메시지를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리수용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미국도 북한과 물밑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강력한 제재와 압박 지속"만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관련 기사 : 대북압박 일로매진 한국, '낙동강 오리알' 되나?)
정의당은 "참으로 답답한 현실에,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라며 "지금 남과 북에 필요한 것은 평화와 신뢰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장진영 대변인 논평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제와 압박, 응징만을 강조하고 대화와 협력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도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장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대화를 병행하고 있는 미국·중국 등 주변 강국의 기조와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부디 박 대통령이 '규탄은 쉬운 일이지만 해법은 대화에 있다'는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의 고언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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