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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여당 사랑, 20년 만에 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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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여당 사랑, 20년 만에 변하나

1996 대구 자민련 돌풍, 2016년 재현 될까?

새누리당의 아성, 대구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공천 학살 파동으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무소속 출마를 하고, 친유승민계로 꼽히는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이 줄이어 탈당을 선언했을때만 해도 과거 친박 무소속 연대와 같은 파워는 갖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몇 가지 변수가 더 생겼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독자 행보 차원의 무소속 출마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대구 수성을)은 여론조사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더민주 소속이었다가 컷오프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목받으며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관련기사 : 더민주 탈당 홍의락, 대구서 지지율 1위 42.3%)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악의 경우 대구 12곳 중 6곳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단순히 대통령에게 팽당한 '친유승민계'의 선전으로 볼 수만은 없게 됐다. 진박 공천 파동으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새누리당의 태도에 대한 거부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정황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구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2008년 친이계의 공천 학살 파동으로 친박 무소속 연대가 돌풍을 일으켰던 상황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당시에는 박근혜라는 상징적 인물의 리더십이 있어서 무소속 돌풍이 가능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총체적인 문제다. 새누리당에 대한 피로도가 올라가면서 누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1996년 15대 총선을 떠올리는 인사들이 많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대구 13개 선거구에서 두 석(서구을 강재섭, 달성군 김석원)만을 건졌을 뿐, 8개 지역을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내줬고, 3곳을 무소속 의원에 내줬다. 자민련이 당시 여권인 민주자유당(민자당)에서 갈라져 나온 보수 야당이긴 하지만, 여당을 거부하고 야당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1992년 민자당에 8석을 몰아줬던 대구가 돌변한 것이다.

당시 자민련 돌풍과 관련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전두환 노태우 구속과 표적 사정에 대한 반발, PK(부산.경남) 대통령에 대한 TK(대구.경북)의 소외감, 그리고 섬유업체가 줄도산하는 등 경제 불황 여파를 원인으로 꼽는다. 물론 당시 여권의 분열(자민련 출현)도 한 몫을 했다.

지금 상황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16년 3월 30일 현재, 대구의 새누리당 지지 정서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역 경기의 장기간 침체, 여권의 분열, 야권의 선전이 복합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1996년 이후 20년간 새누리당에 몰표를 몰아줬던 대구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 사진은 지난 2011년 과학벨트 파동 당시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내용의 구호가 대구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모습이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정신 못차린 새누리대구 내려가겠다는 당대표에게 '총질'도

상황이 이런데도 아군끼리의 '총질'은 심해지고 있다. 심상치 않은 대구의 상황을 보고받은 김무성 대표는 30일 부랴부랴 대구행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7시에 새누리당 대구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다.

그런데 '진박 감별사'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이 초를 쳤다. 조 의원은 이날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스님 진산식(취임법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를 향해 "무소속 후보의 복당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갖고 오면 대구 시민들은 화가 더 날 것"이라고 직격했다 조 의원은 "오늘 김 대표가 대구에 내려 오면 분명히 나한테 (무소속 후보 복당 문제 등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김 대표가 분명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전날에는 김 대표를 향해 "이번 공천 과정에서 대구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린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대구 선거를 도와주러 내려오는 당 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는 셈이다.

역시 '진박 감별사'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대구.경북 시.도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종아리를 치면 맞을 각오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대구·경북 발전을 위해 능력 있고 일 잘하는 후보를 찾기 위한 산고였다"고 설명하는 등, 대구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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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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