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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처 없애더니 이제와 "정책홍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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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처 없애더니 이제와 "정책홍보 강화"?

[기자의 눈] '억울함'과 '오만'이 만나면…

"대통령이 일하는 것은 전혀 안 알아준다."

자타가 공인하는 '노무현의 남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7년 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유 전 장관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인사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국민들이 이를 몰라준다는 식의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국정홍보처는 盧의 나팔수" 비난할 때는 언제고…

새 정부에서도 익숙한 푸념이 들려 온다. 청와대가 최근 대외 정책홍보 기능의 강화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이러한 상황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전에 있던 국정홍보처도 없어지고…, 아무래도 각 부처가 (정책과 관련된 대국민 홍보를) 알아서 하기에는 약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광우병 문제에 대한 일방적 여론이 있는 것도 이 문제의식에 해당되는데,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선 전문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홍보) 대책이 필요하지 않느냐하는 고민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정책홍보기능이 약하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문제의식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조직체계나 출범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이 관계자는 "여러 방안이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아직까지 예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단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밝히진 않았지만 청와대 내에선 대변인실이나 정무수석실로 정책 홍보업무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이미지(PI : President Identity) 형성 작업을 전담케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거창하게 부서를 신설하는 식이 아니라 정책홍보, 대(對)국민·언론 등과 관련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능을 조정해 통합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국정홍보처를 '노무현 정권의 나팔수'라고 낙인찍었던 이명박 정부다. 국정홍보처는 즉각 폐지됐다. 결국 새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국정홍보처 때리기'를 계속해 오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자마자 "그런 기능이 필요하다"고 시인한 셈이다.

'억울함'과 '오만'이 만났을 때

물론 청와대가 자신들의 정책홍보기능에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 자체가 그리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 출범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은 40%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정도면 심상찮은 민심의 이반이다. 여기까지는 청와대도 인정한다. 뭔가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홍보기능의 강화'라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대목에서부터 청와대 안과 밖의 시각이 갈린다. "홍보기능이 약하다"는 진단에서는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안 알아준다"는 익숙한 푸념이 읽힌다. 현실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뜨겁게 불거지고 있는 '광우병 논란'만 해도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화끈하게' 미국의 손을 들어 줬다. 그리고는 "질 좋은 쇠고기를 값 싸게 먹을 수 있게 됐다"며 박수를 쳤다.

각 가정의 식탁에서부터 불고 있는 '광우병 공포'를 단순히 '정치적인 공방'으로 해석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설거지 해준 것"이라는 기막힌 반응마저 내놨다.

'강부자 청와대' 논란도 빼 놓을 수 없다. 새 정부 출범과정에서 3명의 장관 내정자들이 줄줄이 낙마한데 이어 박미석 사회정책수석까지 도덕성 의혹으로 사퇴하는 등 인사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의 '얼굴'인 이동관 대변인마저 불법 농지취득과 언론사 압력행사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강부자 청와대' 논란은 사그러들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타고 넘어야 할 산들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그 자체로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추경편성 등 경기부양책, 금산분리 완화 및 출총제 폐지 등 각종 친기업 정책에 대한 비난여론도 비등하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굵직한 국정과제 대부분이 '논란성 정책'인 셈이다.

'홍보기능의 강화'라는 청와대의 대책은 이런 가운데 나왔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면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겠지만, 차라리 향후 국정운영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각종 정책들을 반대론에는 귀를 닫은 채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까지 들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다. "왜 몰라주냐"는 '억울함'이 "우리는 옳다"는 '오만'과 만나는 순간 불러 일으키는 극단적 시너지 효과는 이미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충분히 확인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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