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829명이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며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공천 혁명'이라 생각할 수 있는 국민공천제를 믿고 우리 당에 공천 신청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시도당별 최대 3곳 우선추천' 발언에 대한 반박성 주장인 셈이다. 다만 김 대표의 말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틀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총선 56일 전인데 어제 날짜로 공천 신청 접수가 마감됐다. 총 829명, 그 중 남성이 750명 여성이 79명"이라며 "같은 날 공천 신청이 마감된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371명, 우리의 2.2분의 1이다. 이러한 야당과 비교할 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뜻 있는 많은 인재들이 우리 새누리당 후보로 지원한 것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 나라를 믿고 맡길 만한 수권정당은 새누리당밖에 없다는 증거"라며 "또 많은 정치지망생들이 공천 혁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국민공천제를 믿고 우리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많이 했다. 국민에게 수백 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며 그 누구도 국민공천제의 틀을 흔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공천 경쟁률은 국민공천제를 채택하지 않고 90곳 이상을 단수·전략공천했던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낮아졌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에는 972명(여성 76명)이 공천을 신청해 공천 경쟁률이 3.97대1에 달했다. 올해의 3.37대1보다 당시가 더 높았던 것.
김 대표가 강조한 '국민공천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더 낮아진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오픈 프라이머리 등의 예비 선거는 현역 정치인에게 오히려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국민공천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 제도 때문에' 오히려 경쟁률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 전문가인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김 대표 얘기는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나 틀렸다"며 "하나의 요인 때문에 공천 신청자 숫자가 늘어났다거나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예비 선거는 장기적으로 현역에게 유리한 효과를 가져와 새로운 사람이 정치에 도전을 못 한다. 예비 선거는 새롭게 정치를 하려는 신진들에게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의 발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371명으로 우리(829명)의 2.2분의 1"이라는 부분 역시, 제도권 야당이 현재 둘로 나눠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정의당(구 통합진보당, 민주노동당)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기존 민주당 계열 정당이 차지하고 있던 지지층이나 인재층이 둘로 나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그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현 야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및 그 뿌리인 열린우리당, 새천년민주당 등의 정당들에 비해 공천 경쟁률이 높았다. 19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 경쟁률이3.97대 1이었던 반면,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2.91대1(713명 신청)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공천 경쟁률이 4.82대1까지 치솟았던 반면 당시 제1야당이던 통합민주당은 2.0대 1이었다.
심지어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여당이었지만 공천 경쟁률이 2.26대1(514명 신청. 당시 227개 지역구)에 그쳤고, 한나라당은 3.2대 1(724명 신청)이었다. 단 이때는 야권에 새천년민주당이 있을 때였고, 새천년민주당도 1.9대1(421명 신청)의 공천 경쟁률이 나왔다. 한편에서는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민련 등이 경쟁하던 체제가 현재 3당이 경합하는 체제와 비교되는 면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박상훈 대표는 "출마자 수는 정당의 숫자와 관련이 깊다"며 "정당이 많으면 (공천이라는) 문턱이 낮아져서, 정당 숫자가 늘어나면 후보가 늘어나고 줄어들면 후보도 줄어든다"는 이론적 설명을 했다. 다만 현재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공천 신청자 수가 모두 양당 구도였던 18대, 19대 총선 당시의 공천 신청자 숫자보다는 적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선거구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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