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이 40대에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봉제로 인해 장기근속자의 임금은 높지만, 조기 희망퇴직이 만연해 장기근속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금이 50∼60대까지 늘어나는 일본이나 유럽과 대조된다.
더구나 국내외 경기둔화로 두산, 삼성, KB, 현대, 포스코, 한국GM 등 그룹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이 확산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2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임금과 생산성 국제비교' 연구자료에 따르면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국내 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수준은 급격히 높아진다.
근속연수가 10∼14년인 근로자의 임금은 212.3, 20∼29년 근로자는 288.1, 30년 이상 근로자는 328.8에 달한다.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169.9에 불과한 유럽연합(EU) 15개국이나, 246.4에 그친 일본에 비해 훨씬 높은 임금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EU 근로자들의 연령대별 실제 임금수준을 비교한 결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30세 미만 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 근로자의 임금은 30∼39세 151.9에서 40∼49세 174.1로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후 50대부터 급격히 꺾여 50∼59세 158.4, 60세 이상 106.2로 뚝 떨어진다.
반면, 일본 근로자의 경우 30대(137.3)와 40대(172.7)는 우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임금 상승세가 50대(176.0)까지 이어진다. 60세 이상에서는 119.4로 임금이 크게 줄어든다.
유럽은 임금 상승세가 더 늦게까지 이어져 60대까지 임금이 올라간다. 30대 140.4, 40대 155.8, 50대 160.8, 60세 이상 165.2로 상승곡선이 쭉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근속연수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빚어졌다.
국내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5.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짧다. 반면, 프랑스(11.4년), 독일(10.7년) 등 유럽 국가들의 근속연수는 우리나라의 2배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호봉제로 인해 장기근속자의 임금은 매우 높지만, 만연한 조기 희망퇴직 등으로 장기근속자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근로자 중 정년퇴직자의 비중은 고작 7.6%다.
결국 자녀의 대학 진학과 결혼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50대부터 임금이 줄어들어 정작 근로자 본인의 은퇴 준비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에 대한 해법은 다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동욱 본부장은 "호봉제로 장기근속자의 임금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다"며 "호봉제 대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정착시켜 기업의 인건비 부담 경감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함께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의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희망퇴직으로 장기근속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극도의 고용불안 사회가 도래했다"며 "그렇지 않아도 적은 50대의 임금을 임금피크제로 더 깎을 것이 아니라, 해고기준 강화 등으로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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