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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떠나는 도시, 청년들이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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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떠나는 도시, 청년들이 살려낸다

[살림이야기] 춘천 청년들의 사업공동체 '동네방네협동조합'

사람들이 하나둘 떠난 오래된 도시에 청년들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지는 않았지만 20대 청년시절을 보낸 인연으로 강원 춘천 한림대를 나온 5명의 청년들이 '동네방네협동조합'을 꾸려 지역 살리기에 나섰다.

20대 청년 5명의 직원협동조합, 춘천 경제 지도 바꾸다


동네방네협동조합 활동의 중심은 1990년대 춘천에서 지역경제가 가장 호황을 누렸던 근화동이다. 2002년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됐던 시외버스터미널이 온의동으로 옮겨 가면서 이곳 지역 상권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시 번성했던 모텔과 여인숙 간판 흔적들만 옛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떠나고 싶어 하는 곳에 다시 온기와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청년들이 뭉쳤다.

동네방네협동조합은 2014년 3월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활동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2010년 사회적경제 공부를 하려고 1년간 교환학생으로 프랑스를 다녀온 동네방네 협동조합 대표 조한솔 씨는 후배 염태진 씨를 비롯해 한림대 후배들과 지역과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학술적인 관심보다는 실제로 지역을 어떻게 바꿔 나갈까에 고민이 모였다.

이들은 춘천에서 태어나 자란 게 아니고 대학에 다니면서 춘천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이곳에서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역할을 찾다가 첫 사업으로 2012년 강원사회적기업진흥원 창업공모 사업에 참여했다. 새로운 도시 개발과 미군부대 이전으로 옛날 번성했던 지역 상권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늘어나는 관광객을 구도심으로 불러 모으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동네방네 트래블'이라는 공정여행 기업을 창안했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면서 춘천의 구도심과 시장을 돌아보는 여행을 기획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게 '궁금한 이층집'이라는 춘천 중앙시장 안에 카페다. 이 카페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장 내 창고를 유휴공간으로 무상으로 대여받아 문을 열었다.

▲ 봄N게스트하우스 옥상정원 콘서트. ⓒ우미숙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공정여행 사업은 계절에 따라 수요가 다르고 주말에 이용자가 몰리는 한계가 있어 어려웠다. 해외여행 상품보다 수익이 떨어지는 면도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예비 사회적기업의 기간이 끝나갈 즈음 법인 설립을 논의하면서 더욱 본격적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고민했다. 지금까지 해 온 활동 내용이나 운영 형태를 보니 협동조합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2014년 3월, 5명이 각 100만 원의 출자금을 내 직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동네방네협동조합은 춘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상권을 살리는 것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조한솔 대표는 단기 계약자 1명과 함께 지역의 용역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초창기 멤버인 염태진 씨는 게스트하우스 운영 관리를 맡고 있다. 나머지 조합원은 사무실에서 협동조합 업무와 용역 사업을 담당한다. 모두 매월 12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역할과 일의 양에 상관없이 똑같이 나누고, 매주 회의를 연다. 현재 용역 사업은 여행 관련 홍보마케팅과 홈페이지 만들기와 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청년페스티벌 기획이다.

'봄N게스트하우스'와 중앙시장 카페 '궁금한 이층집'


협동조합 설립 후 가장 먼저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봄N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은 60여 명이 참여해 선정했는데 '춘천'의 한자를 우리말과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그라미재단의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 공모에 당선되어 받은 지원금 5천만 원을 종자돈으로 하여 마련했다. 옛날 '비선여인숙' 건물을 월 30만 원에 빌리고 구조 변경 후 2014년 6월 3일에 문을 열었다.

건물 입구엔 옛날 비선 여인숙 간판과 '어서 오시게'하며 손을 번쩍 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아주머니의 전신 그림이 서 있다. 그 옆에 동네 강아지가 벽에 다리를 들고 볼일을 보는 광경도 우스꽝스럽다. 옛 여인숙의 안내실 창문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생활문화박물관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비선 여인숙이 봄N게스트하우스로 바뀌는 공사 진행 상황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2층 게스트하우스는 2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부엌 겸 거실과 2인 실과 4~8인 실로 꾸며진 4개의 방이 있다. 방마다 욕실이 구비되어 있고 입구의 예스러운 분위기와 객실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침구 관리와 청소, 세탁, 정리를 염태진 씨가 직접 한다.

▲ 중앙시장 안에 차린 궁금한 이층집은 이름부터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카페다. 게스트하우스 입구(왼쪽). 궁금한이층집(오른쪽). ⓒ우미숙

문을 연 지 1년이 조금 지났지만 인터넷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평일에도 인터넷 카페에 숙박 여부를 문의하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하룻밤 2만 원(침대 1개당)에 3000원짜리 지역상품권까지 지급하는 저렴한 가격, 매일 저녁 9시에 여는 막걸리 파티가 매력이다. 1명이든 10명이든 매일 어김없이 파티가 열린다. 숙박객들이 가져온 음식을 펼치고, 서로 돈을 모아 막걸리와 파전을 마련한다.

3000원의 상품권은 지역 상권을 살리려고 만들었다. 40년 된 수제 햄버거집인 '진아의 집', 옛날 다방을 현대의 카페로 개조한 '조선커피'와 같은 10여 곳에서 쓸 수 있다. 최근에는 오마이컴퍼니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500만 원을 모았다. 이걸로 4층 옥상 정원을 마련했다.

중앙시장 안에서 운영하는 카페 '궁금한 이층집'은 동네방네협동조합이 직접 운영하다가 2~3개월 전에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위탁하여 운영하고 협동조합은 임대료와 관리비만 받는다. 카페 안에는 1960~70년대 불량식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오래된 가게 같은 분위기로 친근함을 더한다. 이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해, 시장 안에서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게 했다. 매일 오후 5시경 1시간 동안 라디오 방송을 한다. 시장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있고, 장비는 마이크 하나에 스피커지만 라디오 방송국 역할을 톡톡히 한다.

▲ 게스트하우스 한쪽에서는 춘천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공예품을 팔고 있다. ⓒ우미숙

청년들 도시로, 문화 도시로 지역 살리기


조합원들은 고향과 부모를 떠나 춘천에서 한 집에 모여 산다. 태어나지도 자라나지도 않은 곳이지만 여기에서 미래를 만들어 간다. 이들에게 춘천은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곳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관심을 가졌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자신들의 역할을 찾은 셈이다.

춘천을 찾는 청년들이 적지 않으니 춘천 청년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열리는 청년 페스티벌에서 청춘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선보일 것이다. 이러한 청년들의 열기가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고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이것이 이들이 하려는 일이고 춘천에 사는 이유다.

봄N게스트하우스

객실은 4~8인 실(2층 침대, 개별 침대), 4~8인실 4개와 2인실 1개가 있다.
하루 숙박비는 2만 원에 지역상품권 3000원 지급
봄N숍이라는 수공예품 판매부스 운영. '셀카봉'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cafe.naver.com/dnbnguest, 070-7527-5401, 강원 춘천시 공지로469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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